퇴근길, 혹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참 재밌는 가게들과 신기한 물건들이 많고도 많다. 마음과 시간이 여유로운 날이면 꼭 그중 한 가게를 들러 구경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옷이든 신발이든 무엇이든 그 순간 필요하다는 핑계를 하나씩 대면서 하나 둘 구매하고 있는 내가 있다.
나는 작은 가방을 메는 것을 좋아해서 가방에 꼭 필요한 것들만 넣어 다니곤 한다. 저렇게 길을 가다 물건을 하나 둘 구매하면 들고 갈 공간이 부족했고 결국 100원 혹은 500원을 내고 비닐봉지나 쇼핑백을 구매해서 들고 가곤 했다. 그렇게 구매한 쇼핑백만 여러 개. 재사용을 하게 될까 봐 보관해놓고 했지만 결국 재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나중에는 어딘가에도 둘 공간이 없어 결국 버리게 되었다.
어느 날 이렇게 쌓인 쇼핑백들이 얼마나 모인 것일까 세 보았는데 놀라운 수준이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각양각색의 쇼핑백들과 비닐봉지가 모여있던 것이다. 돈으로 환산해보니 적게는 3천 원에서 많게는 5천 원까지의 금액이었다. 이 돈이면 커피 한잔에 샷 추가까지도 가능한 금액인데!
그래서 시작해보았다. 나의 장바구니 생활을.
일단 첫째로 내가 구매했던 비닐봉지 중 가장 휴대하기 좋아 보이는 녀석을 골랐다. 쇼핑백은 접어서 가방에 넣기 힘드니 비닐봉지 중 가장 예쁘고 단단해 보이는 녀석을 골랐다. 그 녀석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넣고 다녀보았다. 근데 가지고 다닌 지 3주가 지날 무렵 점점 작고 큰 구멍이 생겼다. 구매한 물건 중에 날카로운 부분이 비닐봉지 어딘가에 구멍을 낸 것 같았다. 그렇게 작고 큰 구멍들이 생기더니 결국 길을 가다가 찢어져버렸고 내 물건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렇게 물건을 주으면서 깨달았다. 비닐봉지는 절대 장바구니가 될 수 없구나.
그래서 집에 있는 가방들을 뒤지고 뒤졌다. 처음에는 에코백을 접어 넣어 다니려 했으나 접어도 적지 않은 부피라 가방에 들어가지가 않았다. 에코백은 가방 대신 들고 다니는 건 가능하겠으나 이걸 장바구니로 사용하기에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뒤지고 뒤져 어느 날 증정용으로 받았던 장바구니를 발견하였다. 접어 보니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가방이었고 펼치면 B5용지 정도의 크기가 되는 적절한 가방이었다. 비록 예쁘지는 않았으나 가방에 들어가기에는 부담이 없는 크기였다.
클립과의 크기 비교 사진. 이렇게 작은 크기여야 평소에도 부담없이 들고다닐 수 있다.
이 장바구니를 넣어 다니기로 결심했으나 증정용이라 무늬가 촌스러워서 이걸 넣어 다녀도 될지 조금 고민이 되었다. 새로 구매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근데 100원이 아까워서 장바구니를 넣어 다닌다는 애가 장바구니에 돈을 쓴다는 게 모순되기도 해서 구매하지 않고 들고 다니기로 했다. 그렇게 장바구니를 넣어 다닌 지 2달 정도가 지났다.
장바구니가 있어서 좋았던 점은 정말로 생각보다 많은 돈을 아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항상 장바구니를 지니고 있으니 왔다 갔다 하면서 샀던 잡다한 물건들에 대한 쇼핑백값을 지불하지 않을 수 있었고 그렇게 아끼는 돈이 커피 한 잔 값은 나오곤 했다.
그리고 손잡이 부분이 길어서 조금 무거운 물건을 구매하게 되더라도 어깨에 짊어질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들기에도 편안했다. 또한 쇼핑백이나 비닐봉지는 손잡이가 얇아서 조금의 무게가 있는 물건을 넣게 되면 손이나 손목이 아프곤 했는데 확실히 천가방이라 그런 부분의 고통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디든 장바구니를 꺼내는 게 조금 민망했다. 뭔가 촌스러운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장바구니 무늬가 증정용 같다는 나의 자격지심에서 나온 건지 모르겠으나 물건을 구매하고 장바구니를 꺼낼 때 뭔가 엄청난 민망함이 밀려들었다. 그래서 앞에서는 선뜻 꺼내지 못하고 물건을 구매한 후 주섬주섬 장바구니에 넣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장바구니가 있어서 부담 없이 쇼핑이 가능하기도 했다. 100원을 아끼기 위해서 들고 다니는 장바구니인데 말이다. 이 녀석이 있으니 무게의 부담이 줄어드니까 길을 가다가 좀 무거 워보이는 물건도 덥석덥석 집어 들어 구매하곤 했다. 이 부작용 때문에 이 녀석을 다시 빼야 하는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