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속에서 만나는 중입니다.
안정되는 순간이 오기는 할까?
연애란 폭풍 속에서 피우는 꽃과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8년을 연애하면서 너는 모든 내 삶에 녹아있다. 커피 한 잔을 탈 때도 네가 좋아할 만한 온도, 좋아할 만한 산미라며 피식 웃음을 짓는 나를 볼 때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내일이고 모레고 언제든 서로의 삶 속에서 감쪽같이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참 신기한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8년을 함께했음에도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면 그 모든 신뢰가 없어질 수 있는 그런 관계.
서로의 처지가 다름에 힘들 때가 있다. 서로의 세계가 너무나 확고해 각자의 삶을 이해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올까 봐 두려울 때가 있다.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이 어느새 너에게 닿지 않게 되는 그 순간이 온다면 그건 나의 잘못일까, 너의 잘못일까, 지금 우리가 처한 이 현실이 잘못된 걸까. 알 수는 없다. 엄청나게 힘든 순간에도 사랑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속에서 그저 우리는 하나의 핑계에 숨어버리는 비겁한 연인이 되어버린 것이겠지. 8년의 세월조차 무색할 만큼 그런 비겁함 조차 견뎌내고 이겨내지 못할 사랑을 만들지 못한 것이겠지.
그 또한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며 위로해본다. 감정이라는 것은 내 맘대로 쌓아놓고 만들 수 없는 것이기에 이러한 불안까지 모아 흘려보내기로 결심한다.
곰곰이 돌이켜봐도 8년은 항상 불안의 연속이었다. 네가 군대에 입대할 때, 내가 유학을 갔을 때, 이런 표면적인 불안이 아니라 언제든 말 한마디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을 거라는 관계에 대한 불안이다. 그런 불안이 더 끈끈한 정을 만들어줬다. 너는 언제나 다정했다. 나를 불안하게 만들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저 우리의 두 마음만을 신뢰하기에는 불안한 순간들이 있었다.
세상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사람이 많고 내 눈에 너는 그중 더욱더 매력적인 사람이다.
가끔 우리가 서류상으로 묶인 관계라면 이 불안이 없어질까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가끔씩 연애에 불안을 느낄 때면 이런 생각은 더욱더 강하게 밀려든다. 이런 마음의 폭풍이 불 때면 모든 일을 내려놓고 너를 만나러 간다. 너의 얼굴에는 항상 해답이 있었다. 편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 모든 불안은 가라앉는다. 너의 눈은 폭풍의 눈과 같다. 그 눈 속에서 안정을 느낀다. 편안해진다. 신기한 눈이다.
그 눈을 보며 내가 한 모든 생각들은 의미가 없어짐을 깨닫는다. 조금 불안하면 어때. 그냥 너와 내가 손잡고 헤쳐나가면 되는 건데. 그저 서로를 믿고 이대로 나아가면 되는 건데. 그리고 헤어지면 또 어때. 이렇게 좋은 사람과 깊은 추억을 만들었음에 감사해하면 되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