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시작한 연애.. 많이 어렵구려
난 연애에 운이 없었다라고 하기전에 연애에 관심이 없었다.
30을 훌쩍 넘은 나이에 호주로 유학와서 처음 몇년은 학교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다른곳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 늦은 나이에 유학을 온 만큼 실패하지 않으려고 한곳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3년의 공부를 마치고 간호사가 된 이후로는 영주권 준비와 더불어 취업준비에 힘썼다.
간호사 면허가 나오고 공립병원에 취업이 되었지만, 일년동안 2군데의 병동에서 일을 배우고 1년뒤에는 다시 내가 오래 일한 퍼머너트한 일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난 그때부터 암병동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그리고 나서 그때부터 다시 영주권 준비, 동양인 한명도 없는 우리 병동에서 어설픈 영어로 살아남기 위해 또 한곳만 바라보고 열심히 일했다.
그랬더니 어느새 나이도 훌쩍 40을 바라보고
일이 어느정도 자리잡고 나서는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여해은 꿈도 꿀수 없는 상황이지만, 난 지난 9년동안 여행을 구석 구석 많이 다녔다. 항상 주변에 싱글인 친구가 있으니 또 연애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그러던 어느날 친한 친구가 암에 걸렸다.
그 친구의 조언이 더 늦기전에 좋은 사람 만나라는거 였다. 자기가 암에 걸려 아파보이니 자기옆에 누군가가 있다는게 정말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졌다고
나이가 제법 있는 나이에 누굴 만나는게 정말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말하듯이 괜찮은 남자들은 다 결혼은 했거나 아니면 동성연애자라고.
수줍게 온라인 데이팅을 시작했고, 첫번째부터 완전 호되게 당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 있고, 나이도 비슷하고, 사는동네도 비슷해서 만난 P군. 정말 나쁜놈이었다. 알고보니 문어발 연애를 그것도 한국여자들과.
몇달 지나서 알고 났지만 이미 마음을 열었던 터라 마음의 상처는 컸다.
그래서 연애도 해본 사람이 잘한다고 하나보다. 아무튼 다친 마음의 상처가 가시는데 시간이 걸렸다.
딱 한가지 좋았던 점은,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었다는 것
다시 몇년의 시간이 흘러 상처가 아물때쯤 온라인 데이팅싸이트에서 지금의 파트너를 만났다.
나이도 비슷하고, 사는 동네도 비슷하고, 15살과 9살짜리 딸이 있다. 이혼한지 4년됬고.
예전에 연애의 기준을 둘때 이혼남은 괜찮더라도 아이들이 있는 사람은 싫다고 했는데, 내가 내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나의 기준을 좀더 넓혀서 만나보기로
2년째 만나고 있다.
난 항상 불꽃튀는 연애을 기대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한마디 한다. 나이 40 넘어서 무슨 불꽃튀는 연애냐고
왜 나이가 많다고 불꽃튀는 연애하면 안되나.
지금 나의 파트너는 로맨틱한거랑은 전혀 거리가 멀다. 왜 어릴때는 서양남자들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을까, 요즘에는 한국남자들 만큼 로맨택한 남자들이 없는것 같다.
나의 파트너...
문자는 읽씹이 기본이다. 항상 친구들과 카톡을 하면 바로바로 답이오고 자주 연락하는데 이 남자는 문자를 보고도 답을 잘안한다. 그래서 나도 이젠 문자 거의 안보낸다. 대신에 파트너는 전화를 자주건다.
가끔 몇일동안 안봐서 보고 싶냐고 물으면 안보고 싶다고 대답한다. 이 남자. 왠만하면 보고싶다라고 해주지 섭섭하게. 요즘은 안 섭섭하다. 오히려 내가 농담을 한다.
Me: Do you miss me?
A : No. I am too busy with work
Me: If you say "yes" then I would suspect you. Because you never "Miss Me"
A : Correct -
거의 40넘게 혼자 생활을 하다보니 나름대로 고집도 생기고 나만의 세계가 있어서 뒤늦게 누군가를 만나고 맞춰가는게 생각보다 어렵다. 아직도 연애 초보인 나에게 연애는 어렵다.
조금씩 양보하고 맞춰가면서 지난 2년을 만나왔다.
앞일은 아무도 모르지만 So far so good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