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페라떼 Sep 10. 2020

영화관에서 생긴 일

바늘 하나로 친구 살리기 

화요일에 학교 친구들과 영화를 봤다. 

"Sex and the City" 광팬인 나..

개봉일 보려고 개봉일 2주 전에 예매를 하려고 봤더니 벌써 예매가 끝났다. 그래서 벼르고 벼르고 한끝에

화요일에 예매를 했다. 


그것도 간신 4시 반걸로.

그날 영화관에 도착을 해서 보니 그날 4시 반  이후는 벌써 예매가 끝났다.

미국에서도 이 영화 개봉일에 영화표가 매진이라고 하더니 호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튼 영화가 4시 반이라 미리 도착해서 예매한 표를 사고 앉아서 웃지 못할 사건이 생겼다.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 친구 두 명과 앉아서 영화를 보고 저녁을 뭘 먹을까 이야기하던 중 친구 한 명이

갑자기 속이 안 좋다고 하면서 근처에 약국이 없냐고 묻더니 심지어는 속이 니글거리는 화장실을 가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셋은 급한 데로 2층에 있는 화장실로 친구를 데려갔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는 것 같더니만 친구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괜찮냐고 묻는 우리들..

그런데 이 친구가 갑자기 주저앉더니만 속이 너무 안 좋다고 한다. 가슴도 아프다는 걸 보니 급체를 한 것 같다.

그러면서 점점 얼굴이 하얗게 되면서 입술도 하얗게 됐다.  거기에다 식은땀까지... 

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 머리에 떠오르는 건 오로지 바늘로 따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예전에 내가 자주 체해서 엄마가 맨날 바늘로 따주던 생각이 나서 바늘을 찾으니 반질 고리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 


그 순간 그날 학교에서 실습 시험을 봐서 내 옷에 달려있던 널싱 시곗바늘이 생각났다. 그런데 실이 없어서..

마친 친구가 매고 온 가방 끈이 얇길래 그걸 사용하기로 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친구..

그 친구 옆에서 가방끈으로 손을 묶고 시계에 달린 옷핀으로 손을 따는 나.

검은 피가 나오는 걸 보니 급체를 한 것 맞는 것 같다.

양쪽 손을 다 따고 등을 뚜드려 주면서 괜찮냐고 물었더니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하길래

나는 기왕이면 발도 딸래 하고 물어봤다.

급체했을 때는 발도 따면 빨리 체한 게 내려간다고 해서..

그래서 양쪽 발도 땄다. 그리고 계속 등도 쓰다듬고..

주변에 있던 외국인들 우리들을 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상황에 주변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친구 얼굴 혈색이 조금씩 돌아왔다.

친구도 괜찮아진 것 같다고 하고..

영화를 볼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괜찮다고 해서 급하게 콜라를 사들고 들어갔다. 

영화 보는 친구의 안부를 물으면서 영화를 봤다.

영화 정말 좋았다. 


그렇게 2시간가량의 영화를 보고 나오니 7시가 조금 넘었다.

친구에게 저녁을 먹을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영화보기 전에 그 생쑈를 하더니만 저녁 다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헤어졌다.

생각해보면 정말 웃겼다.

간호를 공부하는 나.. 갑자기 민간요법이 생각난다고 바늘로 따기 나하고...

그래도 신기한 건 민간요법이 가끔은 잘 듣는다는 거다.

그 친구 왈 이 영화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한다. 


이 날일은 간호랑 상관은 없지만 친구 왈 나보고 좋은 간호사가 될 것 같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연애 초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