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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라떼 Sep 01. 2020

감옥에서 병원 실습중

멘탈헬스 실습중

요즘 나는 병원 실습 중이다. 

이번 학기에는 정신병동으로 실습을 나가는데 실습 나가기 전부터 이번 실습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왜냐면 내가 실습을 나가는 곳이 바로 "감옥"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내가 앞으로 살면서 감옥을 갈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감옥을 방문해 볼 기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실습을 나가게 될 곳의 환자들이 전부 죄수라는 점. 그 점 또한 새로운 경험이다.  


병원의 위치는 롱베이 감옥 안에 있다. 

시드니 지역 내에는 몇 개의 감옥이 있는데 아마도 이 롱베이 감옥이 좀 크고 장기복역수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이감 옥을 부르는 호칭은 감옥이 아니라 "Long Bay Correction Centre"라고 한다. 또한 간수들은 Correction Officer라고 한다. 

이번 실습은 3주다. 첫날은 오리엔테이션으로 실습장소가 감옥인 만큼 병원에서 실습을 하기 전에 여러 가지 주의 사항들과 학교 실습관 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때 처음 알았다. 호주 죄수복이 짙은 녹색인걸. 처음에 실습 담당자가 녹색 옷과 신발을 제외라고 해서 물어봤더니 죄수들이 입는 옷이 녹색이어서 안된다고 한다. 


이곳 롱베이 병원에는 4개의 정신병동이 있다. 급성, 만성, 여성 전용 그리고 재활병동이 있다.

참고로 이곳에 있는 죄수들은 죄를 지어서 감옥에 왔지만 정신병으로 인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일반 죄수들처럼 형을 살지 않고 이곳 병동에서 정신병 치료를 받는다. 

내가 배정받은 곳은 만성 정신병 환자들이 있는 병동이다. 막상 병원이라고 해도 일반 병원과는 사뭇 다르다. 거의 감옥 시설인데 중간중간에 간호사들이 일할수 있도록 되어있다.

병원을 들어가기 전부터 내가 실습할 병동에 오기까지 5~6개 보안 철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만큼 이곳에 보안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 만성 병동에 내가 만날 환자들은 전부 30명이고 앞으로 3주간 실습이 기대된다. 


첫날 오리엔테이션 때는 별로 실감이 안 났지만 그다음 날 바로 병동에 실습을 나갔을 때 느낌은 사뭇 달랐다. 진짜로 내가 감옥에 실습을 나왔구나 나는 실질 감이 느껴졌다. 

아침 7시에 도착하자마자 실습 담당자의 안내로 보안 철문을 통과하고 또 비상 알람 (이곳 감옥에서 근무하는 간수, 간호사 등등 모든 사람들은 이 비상 알람을 허리에 차고 다닌다.  비상사태를 대비해서)을 받아 허리에 차고 앞으로 3주 동안 일한 병동으로 들어갔다. 

이미 몇몇 간호사들이 핸드오버를 하고 있었다.   처음 2일 동안 나를 담당했던 간호사 "마이클" 40대 중반 정도 된 호주 아저씨였는데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아주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아침 7시고 이제 막 병동에 들어와서 어리둥절해 있던 나에게 마이클 아저씨는 바로 환자의  차트에 보여주면서 명시된 약을 환자에게 나누어 주는 가르쳐주었다. 대부분 이 병동에 있는 환자들은 정신분열증(Schizophrenia)라는 병을 앓고 있었다.  멘털 헬스에 관련된 다양한 약들이 있는데 학교에서 강의 때 한두 번 들어본 것 같다.

나의 처음 환자는 32살의 폴란드 배경이 있던 "R"이라는 환자였다. 처음 이 환자를 본 느낌은 동양인 같아서 마이클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폴란드인이라고 한다.

마이클 아저씨가 나를 환자에게 소개해주었다.  내가 먼저 "Hi"하고 인사를 하자 가볍게 답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몇몇 환자에게 약을 나누어 주었다.  이병동에는 30명의 환자가 있고 간호사 한 명이 보통 4명에서 많게는 7명을 담당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7시 반이 되자 감옥의 간수들의 환자들의 감방 문을 차례로 열면서 기상을 알렸다.

그러고 나서 간호사들이 칫솔과 치약을 담긴 트레이를 가지고 왔다.  이곳 병동에는 자살위험이나 남을 해할 염려가 있어서 칫솔과 면도기를 간호사를 보관했다가 아침마다 나누어 주면서 표시를 한다. 보니 모든 환자들이 양치질을 하는 건 아니더라. 

7시 45분이 되자 감옥 간수가 아침식사시간이라고 알리자 모든 환자들이 감옥 게이트 앞을 줄을 섰다. 잠시 후 간수가 문을 열자 환자들이 식당으로 이동했다. 모든 환자들이 식당에 다 들어오자 간수는 다시 식당 문을 잠근다. 물론 간수들과 간호사 한두 명도 식당에 들어왔다.  차례대로 줄을 서서 식사를 받아서 각자의 정해진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환자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간수들과 간호사 그리고 나도 그 안쪽에 있는 직원 휴게실에 아침을 먹었다. 이 직원 휴게실이 유리라서 간수들이 식사를 하면서 환자들을 감시한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나서 환자들은 병동 안쪽에 있는 마당으로 나간다. 보통 날씨가 좋은 날은 아침 식사 후 마당에서 대부분의 오전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가만히 보니 모두들 항상 자기 자리가 있고 또 친하게 지내는 환자들 끼로 삼삼오오 몰려 앉아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신문을 보기도 하고 탁구를 치기도 한는것 같다.

10시쯤이 되면 모닝티와 커피가 나온다. 그러면 각자에게 이미 배당되었던 커피나 티백을 가지고 와서 커피나 티를 만들어 마신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 아침 처음으로 만난 폴란드 환자 "R". 모든 환자들이 아침식사가 끝나고 마당으로 나가자마자 이 환자를 물통과 걸레를 들고 식당 테이블을 닦는 것이다. 나중에 마이클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이 환자는 이 일을 하고 약간의 돈을 받는다고 한다.  어찌나 열심히 청소를 하시던지.. 

점심때쯤 되면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서 식사를 하고 식사 후에는 다시 감옥에 있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2시쯤 마당으로 나온다고 한다. 

이번 주는 오전일을 하기 때문 대충 오전 일정을 적어봤다. 

여기서 간호사들의 하는 일을 보면 일반 병원에 있는 간호사들의 일과 다르다. 아무래도 몸이 아픈 것이 아니고 마음, 정신이 아픈 거라서 생각보다 바쁘지는 않았다. 환자들과 주로 이야기를 하면서 환자들의 정신병의 상태를 파악한다. 

첫날 하루가 끝났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그런지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내가 만나는 환자들이 죄수라는 점에서 상당히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오늘 하루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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