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페라떼 Aug 31. 2020

Schizo 환자 간호 하기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많이 보내진다. 종종 멘탈헬스 병동도

오늘도  멘탈헬스 병동에서 일을 했는데 어제랑 같은 환자를 돌봤다.

57세 중국인 아저씨로 Schizo (정신분열증)을 앓고 계신 분이다.

이 환자는 정신병 치료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삼키는 것과 원래 다리가 불편하신데 더욱 다리가 불편해서

넘어지실 위험이 있어서 1:1 스페셜 간호를 붙여놓았다. 

며칠 전부터 이 Observation ward라고 하는 병동에 계셨다. 이병동은 주로 처음으로 멘탈헬스 병동에 입원해서 환자의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거나, 갑자기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서 집중적으로 돌봐야 하는 환자들이 주로 있는 곳이다. 이 중국 아저씨도 원래는 General Ward에 계시다가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이병동으로 잠깐 와계시는 거다. 


어제랑 달리 오늘은 상태가 좋아 보이셨다. 걷는 것도 어제보다 좋아지시고..

그래서 오후에 General ward로 다시 옮겨지셨다. 

오후 3시 반쯤 이 환자 아저씨가 졸리다며 침대에 누우셨다.

그래서 난 옆에서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앉아서 책을 봤다.  이 General ward에서 40명가량의 만성 정신병 환자들이 있는데 복도를 지나다니면서 소리도 지르고 문도 세게 닿고.. 환자 아저씨가 깰까 봐 조심스러웠다.

잠시 후 복도의 소음으로 이 환자 아저씨가 뒤척이는 것 같더니 다시 잠잠해졌다.  그래서 난 앉아서 계속 읽던 책을 읽고 있다가 이 환자를 쳐다봤는데 갑자기 환자 목에 하얀색천이 보였다. 

하얀색 천이 뭘까 하고 벌떡 일어나 환자에게 가서 봤더니 환자가 침대 시트로 자기 목을 감아 조르고 있던 거였다.


어머나 세상에..

난 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벨을 누르고 환자에게 다가가서 환자의 손을 목에서 치웠다.

사실 이 아저씨가 너무 힘이 세서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환자 목에 감겨 있는 침대 시트를 풀 수 있었다.

이 환자 얼굴이 새 빨게 졌고 목에는 침대 시트 자국이 선명히 났다.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고 있던 거였다. 

아저씨 왈 " 난 죽어야 해. 죽어야 해" 하면서 이제는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머리를 주먹으로 계속 쥐어박는 거다. 그런 아저씨를 보는데 무서웠다. 잠시 후 간호사들이 달려와서 아저씨를 진정시키려고 하는데 쉽게 진정이 안되었다. 또 다른 한 간호사가 약을 들고 왔다. 

약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리는지 아저씨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시며, 잠깐 간호사가 아저씨의 손을 놓을 세면 다시 아저씨 머리를 주먹으로 세게 때린다. 

담당 간호사가 30분가량 환자의 손을 못 움직이게 잡으면서 환자를 진정시켰다. 그사이에 의사들 몇 명이 와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갔다.  결국에는 이 아저씨 상태가 안 좋다며 다시 observation ward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잠시 후 약 효과가 나타나는지 아저씨가 주무시기 시작했다.

내가 일을 마칠 때까지도 주무시고 계셨다.  아마 아저씨가 깨어나시면 다시 다른 병동으로 옮기실 것 같다. 

난 오늘 정말 무서웠다. 스페셜하면서 정말 환자 잘 지켜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조금만 늦게 아저씨를 쳐다봤다면 아마도 무슨 일이 생기고도 남았을 거다.

정신이 번쩍 드는 하루다. 

주무시는 아저씨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짠했다.

아저씨에게는 11살짜리 딸 한 명이 있다. 아저씨를 간호하는 동안 아저씨가 얼마나 자기 딸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느지 모른다. 딸이 몇 살인지 심지어는 왼손잡이인 것까지 다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어제, 오늘 아저씨를 방문한 부인과 딸을 봤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 아저씨가 빨리 낳아서 가족에게 돌아가시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병원에서 발바닥이 불나게 바빴던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