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많이 보내진다. 종종 멘탈헬스 병동도
오늘도 멘탈헬스 병동에서 일을 했는데 어제랑 같은 환자를 돌봤다.
57세 중국인 아저씨로 Schizo (정신분열증)을 앓고 계신 분이다.
이 환자는 정신병 치료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삼키는 것과 원래 다리가 불편하신데 더욱 다리가 불편해서
넘어지실 위험이 있어서 1:1 스페셜 간호를 붙여놓았다.
며칠 전부터 이 Observation ward라고 하는 병동에 계셨다. 이병동은 주로 처음으로 멘탈헬스 병동에 입원해서 환자의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거나, 갑자기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서 집중적으로 돌봐야 하는 환자들이 주로 있는 곳이다. 이 중국 아저씨도 원래는 General Ward에 계시다가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이병동으로 잠깐 와계시는 거다.
어제랑 달리 오늘은 상태가 좋아 보이셨다. 걷는 것도 어제보다 좋아지시고..
그래서 오후에 General ward로 다시 옮겨지셨다.
오후 3시 반쯤 이 환자 아저씨가 졸리다며 침대에 누우셨다.
그래서 난 옆에서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앉아서 책을 봤다. 이 General ward에서 40명가량의 만성 정신병 환자들이 있는데 복도를 지나다니면서 소리도 지르고 문도 세게 닿고.. 환자 아저씨가 깰까 봐 조심스러웠다.
잠시 후 복도의 소음으로 이 환자 아저씨가 뒤척이는 것 같더니 다시 잠잠해졌다. 그래서 난 앉아서 계속 읽던 책을 읽고 있다가 이 환자를 쳐다봤는데 갑자기 환자 목에 하얀색천이 보였다.
하얀색 천이 뭘까 하고 벌떡 일어나 환자에게 가서 봤더니 환자가 침대 시트로 자기 목을 감아 조르고 있던 거였다.
어머나 세상에..
난 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벨을 누르고 환자에게 다가가서 환자의 손을 목에서 치웠다.
사실 이 아저씨가 너무 힘이 세서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환자 목에 감겨 있는 침대 시트를 풀 수 있었다.
이 환자 얼굴이 새 빨게 졌고 목에는 침대 시트 자국이 선명히 났다.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고 있던 거였다.
아저씨 왈 " 난 죽어야 해. 죽어야 해" 하면서 이제는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머리를 주먹으로 계속 쥐어박는 거다. 그런 아저씨를 보는데 무서웠다. 잠시 후 간호사들이 달려와서 아저씨를 진정시키려고 하는데 쉽게 진정이 안되었다. 또 다른 한 간호사가 약을 들고 왔다.
약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리는지 아저씨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시며, 잠깐 간호사가 아저씨의 손을 놓을 세면 다시 아저씨 머리를 주먹으로 세게 때린다.
담당 간호사가 30분가량 환자의 손을 못 움직이게 잡으면서 환자를 진정시켰다. 그사이에 의사들 몇 명이 와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갔다. 결국에는 이 아저씨 상태가 안 좋다며 다시 observation ward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잠시 후 약 효과가 나타나는지 아저씨가 주무시기 시작했다.
내가 일을 마칠 때까지도 주무시고 계셨다. 아마 아저씨가 깨어나시면 다시 다른 병동으로 옮기실 것 같다.
난 오늘 정말 무서웠다. 스페셜하면서 정말 환자 잘 지켜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조금만 늦게 아저씨를 쳐다봤다면 아마도 무슨 일이 생기고도 남았을 거다.
정신이 번쩍 드는 하루다.
주무시는 아저씨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짠했다.
아저씨에게는 11살짜리 딸 한 명이 있다. 아저씨를 간호하는 동안 아저씨가 얼마나 자기 딸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느지 모른다. 딸이 몇 살인지 심지어는 왼손잡이인 것까지 다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어제, 오늘 아저씨를 방문한 부인과 딸을 봤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 아저씨가 빨리 낳아서 가족에게 돌아가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