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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라떼 Aug 29. 2020

병원에서 발바닥이 불나게 바빴던 하루

간호사도 아닌데 너무 힘들다

힘든 하루였다.

오늘 병원에서 일을 했는데 정말 잠시도 쉴 틈 없이 바빴다.

오늘은 간호사들에 대한 불만 불평 이야기하려고 한다. 

오늘 일하러 간 병동은 Surgical병동으로 특히 소화기관에 관련돼서 입원한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1시 반에 일을 하러 병동에 도착하자마자 간호사들이 나를 보고 한 첫마디는

" 오우.. 너 오늘 여기서 일하니? 정말 잘됐다. 그럼 내 담당 환자 바이탈 사인 좀 재줄래."

보통 다른 병동은 1시 반에 가면 핸드오버를 먼저 하는데, 이병동은 도착하자 마자부터 바이탈 사인을 재라고 한다.

몇몇의 간호사들이 나를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저마다 자기 환자 바이탈 사인을 재라고 한다.

내가 반가운 게 아니라 자기들 할 일이 줄어서 반가워하는 것 같다.


참, 기가 막혀서.... 

이병동은 항상 이렇다.

특히 이병동에 있는 2명의 간호사.. 개인적으로 별로다.

Paul 영국 남자로 꼭 산적처럼 생겼다. 항상 이 남자 간호사는 한가하게 앉아서 채팅을 하면서도 꼭 나에게 자기 환자 바이탈 사인을 재라고 한다. 

Julie 이 여자는 얼굴에 항상 웃음 없다.

처음부터 이 간호사는 별로 였는데 여전히 별로다. 오늘은 환자가 수혈을 하는데 의사가 한 시간에 한 번씩 체온을 재라고 했다며 한 시간 있다가 체온을 해달라고 한다.

말이 안 나온다. 딸랑 환자 4명 돌보면서.. 그것도 환자들이 누워있는 것도 아니고 환자들이 알아서 다 하는데.. 그리고 체온 재는 거 1초도 안거리는데 그걸 나보고 재달라고 한다. 

가끔 간호사들을 보면 정말 좋은 간호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간호사도 많다.

Julie처럼... 


오늘 또 조그마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근무 시작하자마자 바이탈 사인을 한참 재고 있었는데 Afternoon tea를 가자고 해서 바이탈 사인을 재던걸 중단하고 Tea break에 갔다.

Tea break가 끝나자마자 돌아와서 재던 바이탈 사인을 계속 재기 시작했는데

한 할아버지 혈압을 재려고 팔에 커프를 채우는데 왠지 할아버지 팔이 너무 뜨거웠다. 그래서 재빨리 체온을 확인했는데 세상에나 체온이 40도가 넘었다.

혹시 체온계가 잘못되었나 싶어 다시 확인을 해보니 역시 40도가 넘었다. 

재빨리 간호사에게 이야기를 했다. 간호사도 화들짝 놀래서 환자에게 달려왔다.

환자에게 어디 아픈데 없냐고 물어봤더니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얼굴은 빨갛고 온몸이 불덩이 같았다.

잠시 후 의사가 와서 피를 뽑아갔고 심전도 검사를 했다. 

이환자의 차트를 보니 12시 반에 바이탈 사인을 쟀고 그때만 해도 멀쩡했었다.

급히 의사가 chest x-ray 오더를 내렸다.

잠시 후 할아버지는 엑스레이를 찍으러 내려가셨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오전에 의과대학 학생이 NG Tube를 넣다가 실패했는데 아마도 그때 튜브가 폐에 들어갔고 그래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한다. 


anyway, 나중에 할아버지의 상태는 좋아지셨다. 

이때 내가 환자의 차트를 보고 12시 반에 바이탈 사인을 쟀으니 다시 안 쟀으면 어쩔 뻔했나...

또 내가 Tea Break를 안 가고 바로 쟀다면...

또 간호사가 핸드오버 끝나고 바로 자기 환자의 바이탈 사인을 쟀다면 더 빨리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었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결론..

나중에 내가 간호사가 된다면 최소한 바이탈 사인 정도는 내가 제야겠다.

환자 간호의 기본인 바이탈 사인.

환자 4명의 바이탈 사인을 재는데 5분 정도 걸리는 간단한 일인데 많은 간호사들이 하기 싫어서 AIN에게 부탁한다.

물론 간호사들이 바빠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1분 1초도 쉴 팀 없이 바빴다.

오늘 하루 내가 잰 환자의 바이탈 사인은

25명의 환자 X 2 = 50번이다.

거기에 환자들이 벨을 울릴 때마다 환자들 시중도 들고..

그래도 내가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는지 10시에 끝나야 하는데 9시 20분쯤 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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