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페라떼 Aug 23. 2020

병원 실습 때 만난 환자 이야기

첫 번째 병원 실습

얼마 전에 3주 동안 암병동에서 실습을 했었다.

암병동은 나의 첫 번째 선택 병동이었다.

개인적으로 암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3주간 이 암병동에서 실습을 하면서 만난 어느 환자 이야기다.

이 환자는 중동에서 이민 온 50대 후반의 남자 환자였다.

처음에 이 환자를 봤을 때 깜짝 놀랐었다.

왜냐면 이환자는 Tracheostomy (기관절개술 - 종양이나 부종으로 기도 폐색이 있을 때 기관지를 절개하는 것)을 해서 목에 구멍이 뚫려있다.

더욱이 Oesophagectomy (식도 절제술)을 했는데 이 식도 절개술을 할 때 목소리를 내는 성대를 잘라서 보통은 말을 못 하고 기계를 사용해서 말을 한다.

이 기계음을 정말 알아듣기 어렵다. 

이 환자는 기관 절 개술한 곳에 튜브가 꽂혀있고 그 튜브를 통해서 영양섭취를 한다.  이 영양섭취라고 하는 건 보통 각종 영양소가 담겨있는 액체다.

이 환자는 보통 위생관리 등 일반적인 생활을 잘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많이 부어 있다.

간호사 이야기를 들으니까 목에 남아있는 종양이 림프관을 눌려 림프부종이 생긴 거라고 한다.

림프관에서 빠져나가야 할 액체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얼굴에 남아있어 얼굴이 점점 붓는 거라고 한다. 

하루가 지날수록 이환자의 상태는 안 좋아져 갔다.

이환자가 갈 호스피스 병원에 대기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이 환자에게는 특별히 가족도 없고. 

항상 자기 스스로 모든 걸 알아서 하던 이 환자가 눈이 점점 붓고 심지어는 입도 부어서 기계를 입속에 넣어야지만 말을 하는데 입이 너무 부어서 기계를 넣지 못해 말도 못 하고... 

그리고 목 주위 기관절개술 부위가 상처가 점점 심해서져 악취고 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기관 절개술에서 피도 났다. 

점점 환자의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지는 게 눈이 보이는데 우리 간호사 아니 병원에서 더 이상 이 환자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단지 환자의 통증을 완화시켜줄 뿐이라고 한다. 

실습하는 동안 이환자 간호를 배정받았던 나는 이 환자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는 것에 정말 마음이 아팠다. 더욱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니... 

실습은 2주 전에 끝났다.  지금은 이환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겨갔을 거고 아님 병원에서 아직도  호스피스 병원에 자리가 나길 기다리거나 아니면...... 

가끔 가다 이 환자 생각이 난다.  이 환자를 담당하는 동안 환자방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주기 위해

아침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화단에서 Garnia꽃을 꺾어다 드렸었는데... 

한동안 간호사들이 안락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이 환자처럼 괴로워하는 환자들 특히 살 가망이 없이 고통만 받는 이 환자를 위해서 안락사는 필요한 걸까 아닐까 하고... 

과연 뭐가 좋은 걸까... 


어제 이 병원에 AIN으로 일을 하러 갔었는데 아는 간호사를 만났다.

그래서 이 환자의 안부를 물었더니... 역시나..

지난주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순간 가슴이 서늘했다. 부디 편히 잠드시기를...

Rest In Peace! 

매거진의 이전글 캐주얼 Job의 서러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