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페라떼 Sep 03. 2020

또 환자 이야기

지난 3주 동안 내가 롱베이 병원에서 실습하면서 케이스 스터를 했던 환자 이야기다. 

나이는 32살.. 호주인은 아니고 외국인이었다. 환자 R은 19살 때 호주로 아버지를 찾아서 왔지만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혼자서 이곳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이 환자는 카브라마타라는 지역에서 페인트 기술자로 일하고 있었던 중 지난 1997년에 살인죄를 지고 이 감옥에 들어왔다. 


보통 내가 있던 병동에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실은 죄를 지었지만 이 죄를 지게 된 동기가 다 정신병 때문이라고 해서 무죄를 선고받는다. 하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해도 일반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건 아니고 이 롱베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매 6개월마다 재재판을 해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환자의 상태가 나아지면 재활병동으로 옮겨지지만 보통은 그대로 이병동에 머무르게 된다.  

내가 담담했던 환자는  특이하게도 무죄가 아닌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환자가 살인을 했을 당시 이 환자가 정신병으로 인한 살인이 아닌 화가 난 것을 참지 못해서 살인을 하거라서 13년이라는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고 나서 감옥에서 형을 살던 중 정신병이 발견되어서 지금 있는 만성 병동으로 옮겨져 왔다. 


현재 나이는 32살.. 거의 10년을 이 감옥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고 있었다.  이환자의 병명은 정신분열증이다.  이 환자는 아주 심각한 정신 분열증을 알고 있다. 대부분의 정신병을 앎고 있는 환자들이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환자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이 환자는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다. 기록을 살펴보니 2년 전에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환자의 감방은 항상 간수들이 감시를 한다. 일명 Observation cell에 있다. 카메라가 있어서 항상 이환자가 행동의 변화가 있을 시 간수들이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차례 이환 자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환자는 정말 착하다. 나에게 자신이 믿고 있는 외계인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이환자는 외계인을 올해 연말에 자신을 데리러 온다고 믿고 있으면 항상 이 외계인의 지시를 따른다. 나에게 자신의 팔을 보여주었다. 보니 면도기로 자살시도를 했던 흉터가 보였다. 환자 왈 외계인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한다. 내가 물어봤다 만약 외계인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고.

이 환자는 꼭 외계인의 지시를 따라야지 안 그러면 자기에게 너무나 심한 고통이 온다고 한다. 또 외계인의 지시는 잠자는 동안 환자의 뇌를 통해서 지시가 내려지면 만약 지시대로 하지 않으면 뇌를 더 크게 만들어서 결국 자신을 죽일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항상 하늘을 쳐다보거나 땅을 보면서 외계인을 기다린다. 

또 내가 물었다. 올 연말에 외계인이 와서 환자를 데려가기로 했는데 진짜 이환자는 가고 싶은지.

환자 왈 본인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외계인을 따라가야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이병동 환자들을 무죄라서 비록 감옥 병원에 있지만 정부 연금을 받는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2주일에 450불에서 570불까지의 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정부에서 연금 전부를 환자에게 주는 게 아니라 매주 60불씩을 환자들에게 주고 나머지는 환자의 계좌에 보관한다.

이 환자들을 이 돈으로 매주마다 물품들을 산다. 매주 목요일은 이 환자들이 미리 신청한 물건들을 받는다. 대부분은 담배랑 칩스, 초콜릿 그리고 라면 등이다.

잘음 모르겠지만 정신병 치료에 사용하는 약들 때문에 대부분 환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 

내환자 R도 예외는 아니다. 이 환자도 담배를 피우는데 이 환자는 영주권자도 아니고 만약 영주권자라도 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연금이 있더라고 받을 수가 없다. 더욱이 이곳에 가족도 없고..

이환자의 이 딱한 사정을 감안하여 이 감옥에서 이 환자를 클리너로 고용을 했다. 매일 식사 후 죄수들이 나간 다음 그 식당 테이블을 청소하고 또 하루 2 변 있는 티타임에 차나 커피를 나누어 주는 일을 한다.  이 환자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이환자가 받는 돈은 주당 21.90이다.

이 적은 돈으로 이 환자는 담배랑 칩스 등을 산다.  


내가 이환자를 보면서 제일 안돼서 마음이 아팠던 건 운동화 때문이다. 대부분의 죄수 환자들은 연금을 모아서 운동화를 산다. 하지만 이 환자는 연금이 없고 매주 받는 돈이 너무 적어 운동화 살 돈이 없다. 그래서 이환자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여름 쪼리를 신고 있다.  정말 운동화 하나 사서 보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럴 수가 없다. 왜냐면 직업윤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아무튼 3주 실습동안 대부분의 환자들이 정이 많이 들었다.  대부분의 죄수 환자들이 최소한 사람 1명 많게는 3명을 살인을 했지만 보통은 이 환자들은 나랑 똑같은 일반인이다. 


새삼 정신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실습을 마칠 때쯤에서 나의 환자가 약간 이상해 보였다. 왠지 조만간에 외계인이 무슨 지시를 내릴 것만 같다.  부디 이 환자가 자살을 하는 일이 없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감옥에서 병원 실습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