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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라떼 Sep 21. 2020

천하장사 호주 할머니

야근 중에 생긴 일

4일의 야근이 오늘 아침에 끝났다.

정말 이번 야근은 특별히 아픈 환자는 없었지만 매일 밤 바빴다.

둘째 날 야근에는 이날 오후에 새로 들어온 환자 4명이 있어서 모든 서류 작업을 하느라 바빴다.

세째날은 7명의 환자를 돌봤는데 이중 1명만 전날과 같았고 나머지 6명은 전부 새 환자다. 그래서 또 Documentations 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마지막 날 어젯밤...

우리 병동에 일주일째 있던 아주 Confused 해서 밤마다 IPS(Individual Patient Specialing)이라 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환자를 돌봐야 했던 그 환자를 내가 맡을 방으로 옮겨놨다.

거기에 2일 전에 우리 병동에 있다가 다른 병동으로 옮겨갔는데 24시간 만에 다시 우리 병동으로 돌아온 94세의 할머니 환자가 있었다. 

이 두 할머니 할아버지 때문에 마지막 야근을 아주 바쁘게 보냈다.

두 환자의 공통점은 전부 O2 Satuaration이 떨어져서 전부 NRB mask를 써야 했다.  마스크를 안 하면 Saturation이 떨어져서 꼭 하고 계셔야 하는데 두 분 다 아주 Confused 하셔서 마스크를 자꾸 벗었다. 

특히나 이 94세 할머니는 Dementia까지 있으셨는데 오후 근무조 때 난리가 아니었다보다. 소리 지르고, 절대 몸에 손도 못 대게 하고 의사가 와도 제대로 진찰도 못하고 하고 거기에 산소량은 떨어져서 얼굴을 점점 블루 아니면 그레이로 되고... 

내가 야근을 시작했을 때는 그래도 다행히 할머니가 잠을 주무시고 계셨다. 

그런데 드디어 일이 터졌다.  새벽 4시 반쯤 갑자기 "HELP"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이 할머니 침대에서 난리를 부리시고 계셨다. 침대 시트는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있고, 테드 스타킹을 본인이 벗었는데 skin tear가 되어 있고 얼굴은 싶어로 둥둥하고... 급하게 산소량을 쟀더니 75%로 떨어졌다.  한 시간마다 내가 쟀을 때는 95%였는데... 아마도 할머니가 산소마스크를 벗어던지지 않았나 싶다.  간신히 할머니를 진정시켰다.

Heart rate이 75 정도였는데 지금은 115를 넘는다. 

그러고 나서 6시쯤 다시 할머니에게 panadol을 주기 위해서 갔었는데 어머나 세상에 할머니가 마스크를 벗고 침대 옆으로 빠져나와서 서계시는 거다. 걸음도 잘 못 걸으시면서. 난 할머니를 재빨리 잡았는데 그때부터 할머니가 "Help"소리를 지르시면서 나를 때리듯이 달려드셨다. 할머니가 넘어지실까 봐 난 뒤에서 할머니를 잡았는데 무슨 할머니가 힘이 이렇게 좋으신지... 나 혼자서 정말 할머니 감당을 못하겠다.  천하장사 씨름대회 나가도 일등을 하실 것 같이 힘이 좋으신다. 덩치는 나보다 훨씬 작으신데.. 

도저히 혼자서 핸들을 못해서 Buzzer를 누르고 다른 널스가 오기를 기다렸는데 금방 안 온다. 할머니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는 몸에 달려있는 Telemetry를 잡고 나를 때리려고 하시다가 안되니까, 그걸 땅에 내동댕이 치신다. 그게 얼마짜리인데.. 

급한 나는 앞에 계신 다른 환자에게 벨을 계속 누르라고 했다. 잠시 후 다른 간호사가 왔고..

두 명 이서도 이 할머니 한 분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사이에 할머니의 얼굴은 점점 파래지고...

급한 데로 할머니를 침대에 눕히고 산소마스크를 씌우려고 하는데 할머니 얼마나 힘이 좋으신지 마스크에 달려있는 고무줄을 끊으셨다. 

또 한 명의 간호사가 와서 할머니 다리를 잡고, 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또 다른 간호사는 할머니에게 강제로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할머니가 조금씩 진정되는 것 같았다.  아마 본인도 숨 쉬느라 힘드셨던 게지.. 

그때가 거의 7시가 다되어서다. 내 근무가 7시에 끝나는데 이 할머니가 마음에 걸려 퇴근을 못하고 있었다.

다른 간호사가 걱정 말고 집에 가라고 해서 집에 가려고 가방을 가지고 나왔는데 또 들리는 고함 소리.. 

다시 할머니 방에 가보니 또 산소마스크를 벗고 난동을 부리고 계셨다.

다른 간호사가 이미 와있어서 같이 도와주려고 했는데 퇴근하라고 해서 그냥 퇴근을 했다.

그때가 벌써 7시 30분이다. 

이 할머니 PPM를 넣었고 곧 퇴원할 것 같아 다른 병동으로 보냈는데 그 병동에서도 이 난리를 부렸던 것 같다. 다시 우리 병동으로 올 때 이유는 Permanent Pacemaker Malfulction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그건 거짓말 같다. 이 난동을 부리니 감당 못해 다시 우리 병동으로 보내온 것 같다. 

94세이시고 이미 Not for Resuscitation order가 있는 상태이다. 


아무튼 오늘 이 할머니에게 안 얻어맞은 게 천만다행이다.  한국에 있을 때 주변에 할머니가 없어서 그런지 한국 할머니들도 이렇게 힘이 센지 궁금하다. 호주 할머니들은 작고 마르고 늙으셨어도 힘은 나보다 더 세다. 

3명의 간호사가 달려들어야 할 정도로 힘이 세신 천하장사 호주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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