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일중의 하나가 환자의 Activities of daily living을 도와주는 일이다.
한마디로 환자를 샤워시키는 일이다.
내가 환자를 샤워시키면서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남자 환자분들 면도를 해주는 거다.
왠지 환자분들 수염이 덥수룩한 건 정말 못 봐주겠다.
꼭 남자 환자분들에게 물어본다.
"면도기 가져오셨어요?"
가끔 병원에 입원하시면 귀찮아서 샤워 안 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
그때마다 설득을 해야 한다.
"할아버지 아무것도 안 하셔도 돼요. 그냥 앉아만 계세요. 그럼 제가 아주 빨리 샤워시켜드릴게요"
그러면서 면도까지..
근데 난 여자라서 잘 모르지만 턱 주변 피부가 상당히 예민한가 보다.
조금만 잘못하면 살을 베기 쉽다.
예전에 종종 환자분들 면도하고 피나게 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환자들이 던진 농담들
" 간호사 하지 말고 외과의사 할걸.. 사람 목에 칼 잘 데니까'
간호사 경력 6년에 터득한 나만의 면도법
첫째 더운물로 피부 주변을 부드럽게 해 준다.
둘 때 면도크림이 없으면 비누로 거품을 많이 내서 발라준다
셋째 면도를 할 때 망설임 없이 한번 쫘악 훑어내 린다.
괜히 망설이다 피나게 하기 십상이다.
덥수룩한 턱수염을 말끔하게 깎아드리고 나면 기분이 좋다.
할아버지들 면도하고 나서 "10년은 젊어 보이세요" 하면 엄청나게 좋아하신다.
이러다가 난 면도의 달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