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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라떼 Oct 28. 2020

면도의 달인이 될지도 몰라

간호사의 일중의 하나가 환자의 Activities of daily living을 도와주는 일이다. 

한마디로 환자를 샤워시키는 일이다.  

내가 환자를 샤워시키면서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남자 환자분들 면도를 해주는 거다.  

왠지 환자분들 수염이 덥수룩한 건 정말 못 봐주겠다. 

꼭 남자 환자분들에게 물어본다.


"면도기 가져오셨어요?" 


가끔 병원에 입원하시면 귀찮아서 샤워 안 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 

그때마다 설득을 해야 한다. 


"할아버지 아무것도 안 하셔도 돼요. 그냥 앉아만 계세요. 그럼 제가 아주 빨리 샤워시켜드릴게요" 


그러면서 면도까지.. 


근데 난 여자라서 잘 모르지만 턱 주변 피부가 상당히 예민한가 보다. 

조금만 잘못하면 살을 베기 쉽다. 


예전에 종종 환자분들 면도하고 피나게 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환자들이 던진 농담들

" 간호사 하지 말고 외과의사 할걸.. 사람 목에 칼 잘 데니까'


간호사 경력 6년에 터득한 나만의 면도법 

첫째 더운물로 피부 주변을 부드럽게 해 준다. 


둘 때 면도크림이 없으면 비누로 거품을 많이 내서 발라준다 


셋째 면도를 할 때 망설임 없이 한번 쫘악 훑어내 린다. 

괜히 망설이다 피나게 하기 십상이다. 


덥수룩한 턱수염을 말끔하게 깎아드리고 나면 기분이 좋다. 

할아버지들 면도하고 나서 "10년은 젊어 보이세요" 하면 엄청나게 좋아하신다. 


이러다가 난 면도의 달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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