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페라떼 Nov 19. 2020

환자의 대변 냄새는 ㅠㅠㅠ

야근하는 중

지난 2주 동안 데이 근무였다가 어제 야근을 했다. 

보통 야근 전날에는 야근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잠을 늦게 자고 가능하면 늦게 일어나려고 하는데 어제는 아침에 약속이 있어서 일찍 일어났다. 


퀸즈랜드로 취업되어서 이사 간 동생이 시드니로 놀러 와서 아침도 먹고 수다도 떨어야 해서 아침에 나가서 점심때쯤 집에 돌아와서 자려고 했는데 실패 


결국은 침대에서 뒤척이다 야근을 하러 갔다. 매번 야근하러 갈 때 나의 심정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 기분.. 

야근 자체가 싫은 건 아니지만 평소에도 잠을 잘 못 자는데 야근으로 인해 나의 잠의 습관이 바뀌어서 야근후 

일주일은 잠자는 것 때문에 고생한다. 


생각보다 한가한 병동 처음에는 6명 환자를 맡아서 아주 순조롭게 시작하다가 중간에 응급실에서 환자 한 명을 받았다. 


이 환자는 55세의 젊은 남자분으로 55세만 아주 젊으신데 벌써 Incontinence이시란다. 아직 젊으신데 몇 년 전에 전립선암 진단받으셨다. 


중간에 큰 볼일을 보신다고 해서 Bed Pan을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 Bed Pan을 치우는데 

설사를 하셨는데 냄새가 정말 장난 아니었다. 

환자 앞에서 간신히 태연 한척하고 베드 팬을 들고 팬 룸으로 갔는데 


그때부터 나의 오심 Nausea가 시작되었다. 토할 것처럼 계속 미식미식거리더니 결국 팬 룸에서 토했다. 


일단 베드 팬을 Sterile machine에 넣고 


환자의 대변이 설사이고 이렇게 냄새가 심할 때는 바로 C. Diff이 의심된다.  Clostridium Difficile이라고 간단히 줄여서 C.Diff  한국말로는 거짓 막 결장염이란다. C.diff은 설사 유발 유해균으로 씨딥에 걸린 환자들의 특징이 설사를 하는 거다. 


일단 환자의 Stool Sample을 Pathology에 보냈다. 

정확하게 환자가 씨딥인지 아닌지는 랩 리포트를 기다려봐야 하고 


그런데 널스 스테이션에 앉아있는데 도 계속 속이 미식미식거리는 거다. 결국 화장실에 가서 또 한 번 토했다. 


아 정말.. 짜증 나서.. 가뜩이나 잠을 못 자서 몸상태가 안 좋은데 속까지 계속 울렁거리고 동료 간호사 옆에 있다가 그러지 말고 그냥 집에 가라고 하는 거다. 


환자 대변냄새로 인해 토한 걸로 집에 가기에는 쪼금.. 


가끔 사람의 뇌는 신기하다.  뇌에서 그 똥냄새를 기억해서 두고두고 오심이 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한 시간이 지나도 속이 울렁거리는 게 안 가라앉아 약을 먹었다. Metocloprimide라고 Anti-emetic 환자들이 Nausea가 있을 때 먹는 약을 한 알 먹었더니 잠시 후 Nausea가 가라앉았다. 


어디 가서 환자 대변냄새 때문에 토했다고 말도 못 하고 웃기는 상황이다. 


다행히 이 환자 딱 한번 베드 팬을 사용했다. 다음에는 꼭 마스크를 착용하고 Bed Pan을 비워야지. 


간호사는 역시 여러모로 힘들다. 


매거진의 이전글 면도의 달인이 될지도 몰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