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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니킴 Nov 24. 2023

2014년 10월 1일,
내가 다시 태어나게 된 날

Rebirth #1

2014년 10월. 당시 나는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 있던 활발한 22살의 대학생이었다. 

1년간의 재수생활 끝에 그토록 원하던 학교와 전공에 입학해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재밌게 학교생활을 이어나갔던 학생이었다. 전공 공부는 물론이고, 과 생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시 과 대표였던 친구가 내게 '과 대항전 체육대회'가 열리는데, 과 대표로 출전을 해줄 수 있냐는 부탁을 해왔다. 


어릴 적 운동선수 출신이고 했고, 운동하면 자신 있는 나는 우리 과를 위해서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승낙했다. 모든 수업을 끝낸 뒤, 예정되어 있던 알바 시간까지 조정해 오후 7시쯤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각 전공마다 학우들끼리 모여 응원을 하고 있었고, 선수로 나갈 학우들은 몸을 풀며 각자 몇 번째로 뛸 건지 순서를 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세 번째 선수로 배정되었고, 선배들과 동기들의 응원을 받으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불과 10분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도 못한 채 말이다. 


경기는 예정된 시간에 시작되었고, 첫 번째 선수가 출발했다. 그리고 한 바퀴 반을 돌고, 두 번째 선수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축구를 좋아하던 선배였어서 그런지, 달리기 실력이 대단했고 그 선배가 엄청난 격차를 벌려놓았다. 이 바통을 잘 이어받고, 최선을 다해 뛰어 그대로 다음 학우에게 전해준다면 우리 과의 승리는 이미 따놓은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내 앞 선배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내 손에 바통이 쥐어졌다. 바통이 내 손에 쥐어지자마자 나는 있는 힘껏, 앞을 향해 쏘아붙였다. 


그런데 갑자기 관중들 사이에서 어어어!! 하는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너무 잘 달리고 있어서 그런가? 생각이 들어 더 빨리 달렸다. 근데 그 생각도 잠시 곧바로 나에게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나와 경쟁하던 타과생이 내게 몸을 부딪히며 나의 진로를 방해한 것이다. 가속도 붙은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부딪힌 나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앞으로 꼬꾸라졌고, 라인 바깥으로 데굴데굴 구르며 넘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두 다리를 오른쪽 옆으로 뻗고 있었고, 두 팔은 상체를 지탱하며 꼿꼿이 버티고 있었다. 흙먼지가 나를 감쌌고, 관중들의 응원소리와 북 치는 소리가 윙-윙- 어지럽게 들렸다. 귀에서 삐 - 소리가 났다. 머리가 아팠다. 운동장에 설치된 큰 조명 때문에 눈도 부시고 아팠던 기억이 난다. 나 스스로 넘어진 줄도 모르고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 나 넘어졌구나.. 손바닥 까진 거 말고는 괜찮네.
빨리 일어나서 가야 해.. 2등이라도 해야 돼'



재빨리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상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다리의 모양이 이상했다. 내가 알던 다리의 모양이 아니었다. 다리가 제대로 부러진 것이다. 


'어..? 나 다리가 왜 이래..? 나 원래 다리가 이랬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5초 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물 밀듯 쏟아졌다. 정확히 어떻다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해 보자면, 아무런 마취 없이 전기톱으로 내 정강이를 자르는 느낌이었다. 진짜 너무 아파 하늘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너무 아파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울부짖고 있는 나를 뒤로 한채 계주 경기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우리 과 사람들이 달려와 나를 감쌌고, 경기 중단을 요청했다. 

그리고 심하게 부러진 나의 다리를 외투로 가려주고, 119를 불렀다. 나는 너무 아파 억- 억-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고, 그때부터 기억이 없다. 아마도 너무 아프고, 놀랜 나머지 기절을 한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한참이 지나있었고, 나는 구급차 안에 누워있었다. 당시 재학하던 학교 근처에서는 제대로 뼈를 맞출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진통제만 맞고 서울로 이송하기로 되었단다. '너무 아파요. 살려주세요. 저 못 참아요. 차라리 죽여주세요'와 같은 말을 하며 빨리 병원에 도착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1분이 정말 하루보다 길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1차 병원에서 진통제를 맞고 서울로 이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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