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코너에서 화려하고 감각적인 표지에 집어들게 된 추리소설. <알래스카샌더스 사건2> 집에 오고서야 2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다시 도서관에 가기도 귀찮고 무엇보다 옆에 1권이 없었던 걸로 보아 누가 빌려간 게 분명했다.다행인 것은 첫 페이지에 인물 관계도와 인물에 대한 소개가 있어서 굳이 1권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조용한 소도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그리고 11년 후에야 잡힌 진범. 그 대신에 11년형을 살아야 했던에릭. 그를 공범으로 지목하고 자살한 월터.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라인에 끝까지 상상도 못한 진범이 마지막에서야 잡힌다. 아름다우면서도 너무도 추악한 사랑 이야기는 작가가 직접 이야기에 등장해 더욱 풍성해졌다. 특히, 스승이자 우정을 나누는 사이인 해리와 작가와의 대화가 백미다.
해리는 작가에게 묻는다. "자네는 어째서 글을 쓰고 싶은지 알고 있나?" 그 말에 작가는 한동안 머뭇거린다. 그리고 모르겠다며 그 대답을 회피하는 작가에게 말한다. 오로지 글쓰기만이 자네가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게 해줄 거라고.
진범이 잡히고 작가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스승을 찾아가자 그가 그 시간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 마지막 말이 참 싱겁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고, 많은 작가들이 펜을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한 사람들>의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의 책에는 항상 귀여운 일러스트가 등장한다. '불안한 사람들'이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꽤 귀여운 토끼가 창가에서 피자를 먹으며 불꽃놀이를 보는 모습이다. 일러스트처럼 이야기는 가볍게 시작한다. 집을 보러 온 사람들. 그 집을 차지하고 싶은 사람들의 은근한 경쟁과 집을 보러 온 부부의 반목. 그곳에 갑자기 강도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듯 하더니 프레드릭 베크만만의 유머러스함은 그 강도가 장난감 총을 든 여자강도라는 설정으로 이상하게 흐른다.
사람들에게 총도 겨누지 못하는 한 여자는 왜 강도가 되어 그곳에 가야 했을까? 어떤 절박함이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됐을까. 그리고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결말로 치닫을 수록 궁금한 것은 인질의 안위가 아닌 여자강도의 행방이었다. 이 여자는 과연 무사히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칠 수 있을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는 연극연습의 형태로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아간다. 괴짜 연출가의 편지로 한 산장에 모인 오디션 합격자는 그곳에서 연극의 내용을 스스로 만들어 가라는 지시를 받는다. 연극처럼 살인사건 설정이 시작되고 동료들이 하나둘 사라지자 늦게야 출연자들은 진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낀다. 그곳의 신참인 구가 가즈유키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살인범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과연 이것은 진짜 살인인가 연출된 설정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결국, 살인의 동기는 참가자들의 치정과 질투, 거짓말 등이 시작이었다. 마지막은 용서와 화해로 향해 간다는데 기존에 보아왔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보다는 덜 무거웠다.
연일 무거운 뉴스가 쏟아졌다. 가끔은 뉴스를 트는 게 두려울 정도로 세상의 어두운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른다. 무엇보다 인도적 휴전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멈추는 듯 하더니 개전으로 연일 사망 소식이 들려온다. 최첨단이 되어가는 무기로 무기력하게 죽어가는 사람들 소식을 들으며,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건 권력을 쥔 몇몇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이럴 때일 수록 떠오르는 것이 문학 거장의 메시지이다."글쓰기는 하나의 기도"라는. 장 폴 샤르트르는 "수동적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결연한 의지와 선택과 저마다 삶을 추구하는 전체적 기도의 인간"을 제시한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떠오른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답은 아직 찾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치유와 용서를 말하지만 세상은 그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계속 일어났다.다만, 화해이든 용서든 최소한의 이해든 하기 위해서는 말하고 소통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대화와 소통의 부재다. 그 부재를 푸는 하나의 실마리로서 글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든다.
P.S. 세 소설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불안한 사람들 > 알래스카샌더스 사건 >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순으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