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두려움과 마주하기

Feat. <타이탄의 도구들> <어위크_당신의 여덟번째 삶> <1Q84>

by 모몽

늦은 저녁에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식사를 하면서도 휴대폰을 본다. 식탁에 아이 혼자이기에 휴대폰을 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인지도 모른다. 그 너머로 난 가족들이 먹고 난 그릇을 설거지하고 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두려워하고 있다. 퉁명스레 돌아올 대답이, 단답형으로 얼버무리며 회피할 대답이 두렵다. 그런 어색한 공기를 느꼈는지 오히려 아이가 말을 걸어오지만 오히려 퉁명스러운 건 나이다. 단답형으로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또 다시 상처받을까 두렵다는 생각이 스친다.


이제 막 시작된 첫째의 사춘기. 아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상처가 되어 돌아올 때가 있다. 오랜만에 계획한 가족여행에 아이는 한 달 후 지필고사를 핑계로 같이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가족 나들이, 외식에도 시큰둥하다. 친구들과의 약속에는 신나게 나가서 늦게서야 들어오는 아이를 보며 서운함이 밀려든다. 그러다 아이의 작은 행동들이 자꾸만 거슬린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옷가지들, 화장실 변기 옆의 쓰레기, 거실 바닥에 떨어진 참고서들. 그렇게 밤에 나는 아이와 폭발했다. 난 그 모든 행동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렇다고 느끼고 아이를 다그친다. 아이는 눈물을 쏟으며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그 동안 내 행동들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나도 아이처럼 무례했다는 걸 느끼고, 고백을 한다. 어쩌면 무서워서 그랬는지도 모른다고. 엄마도 상처받는 건 두렵다고.


아이와 눈물바람에 해묵은 감정을 풀었는데도 그날 잠을 설쳤다. 나의 어리석은 행동과 아직 다 풀리지 않은 아이에 대한 섭섭함으로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원인을 찾게 된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잠을 설쳐서인지 무엇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건강검진을 할 예정이었지만 컨디션이 안 좋아 취소하고 빠지려고 했던 줌바 수업을 갔다. 그리고 또 밖에 나가서 체육공원 트랙 3바퀴를 뛰었다. 그렇게 일곱시간 반을 내리 깊은 잠을 잤다.


아이는 평소처럼 학교에 가기 전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 나는 짜증이 나 아이를 재촉하고, 그러다 세탁실에서 아이가 나오지 않자 문을 열어 본다. 창밖으로는 아직도 밤이다. 그리고 아이는 옷을 반 쯤 헐벗고 있고, 아이의 친구는 몸에 실오라기도 걸치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아이에게 그러고 있으면 창으로 다 보인다고 말한다. 창은 거울처럼 아이들을 비추지만 아이들은 검은 창이라 밖에서 보일 거라는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 아이는 친구가 세탁기에 양말을 돌리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나는 내 양말을 빌려줄테니 내 양말을 신고 가라며 양말을 꺼내지만 짝이 맞는 양말을 찾을 수 없어 시간이 걸린다. 짝이 맞는 양말을 찾다가 꿈에서 깬다.


알람은 아직 울리지 않았다. 더 침대에 누워 있을까 하다가 갑자기 '강해지고 싶다면 강해져라'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팀 페리스가 인터뷰한 한 해군의 말이 떠오른다. 그가 인터뷰한 조코 윌링크는 근육질에다 체중이 100킬로그램이 넘는 해군 소속으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특수 부대인 '실 팀 쓰리 캐스크 유닛 브루저(SEAL Team Three's Task Unit Bruiser)를 지휘했다.



그는 인터뷰에서'규율이 곧 자유다', '둘은 하나이고, 하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강해지고 싶다면 강해져라'고 말한다. '강해진다는 것'은 무엇보다 강해지겠다는 결심을 뜻한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부터 강해질 수 있다. 디저트를 거부하기 힘든가? 강해져라. 그 결정부터 시작해 강해지면 된다. 이 말을 응용하면 불면증을 극복하고 싶은가? 밖에 나가서 햇빛을 보며 걸어라. 이런 식으로 점점 더 많은 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나간다.


그는 4시 35분에 일어난다. 적보다 먼저 일어났다는 심리적인 승리감이 좋아서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것만으로도 나는 무언가 다시 주도권이 나에게 돌아온 기분이다. 그리고 '강해지고 싶다면 강해져라'던 그의 말이 떠오른다. 잠이 안 오던 밤이면 모든 원망이 가족에게로 그러다 모든 결정을 한 나에게로 향한다. 원망과 변명. 내가 한 결정을 나는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변명은 우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릴 뿐이다. 그리고 내가 나인 이상 과거로 돌아가도 똑같은 결정을 하고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현재의 나 자신은 내가 지나온 과거의 총합체이다. 그러나 여기에 변수 하나만 더 넣는다면 나는 변하게 된다. 내가 지나온 과거와 내가 꿈꾸는 미래의 총합체로 바꾸면 나의 행동, 내가 하는 말, 삶에 대한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바뀌게 된다. 어렸을 때는 미래를 자주 생각했다. 내가 크면, 내가 어른이 되면, 내가 졸업을 하면...그리고 난 어른이 됐고, 졸업을 했고, 취직도 했었고, 퇴사도 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인생의 과도기에 커다란 파도가 밀려온다. 둘째를 낳고서는 건강이라는 파도가 불면증과 관절염의 형태로 나타났고, 첫째가 사춘기가 되니 불면증이 재발해 인생을 무기력으로 침식한다. 그렇게 어제 달리기를 하다가 떠오른 생각은 나의 미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였다. 이제 늙고 병드는 것만 남았다는 체념과 무기력 속에 점점 늘어가는 평균수명으로 인생은 아직 길다는 생각과, 이어령 교수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그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큰 울림을 주는 말과 글을 남기고 끝내는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그처럼 위대한 사람까지는 아니어도, 사색을 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도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는 글을 남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세상을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피어난다. 내가 울고 웃었던 그 소설과 에세이들. 그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 것처럼, 나의 글도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 그렇게 오랜만에 독서록을 뒤적이다가 잊고 있었던 한 소설 속 문장을 적어본다.


모든 사람은 연결되어 있어서,
모두가 모두를 위해서 살지 않으면 아무도 행복해 질 수 없어.

<어위크_당신의 여덟번째 삶>이라는 이제 줄거리도 모호한 짧은 공상과학 소설이다. 주인공이 막을 수 없는 불행을 겪다가 깨닫게 된 진실을 말하는 장면이다.


한동안 돈을 벌러 나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했었다. 더 늦기 전에 직장을 구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압박감. 물론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깨닫는 것은 인생은 길고, 과소비를 하지 않는 한 지금 당장 대단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우선 잠을 잘 자는 것, 아이와 따뜻하게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쓰는 것. 이것이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강해지고 싶다면 강해지라는 말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장 트랙을 뛰는 것. 그리고 글을 쓰고 또 쓰는 것.


<타이탄의 도구들>에 등장하는 닐 스타라우스는 여덟 권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발표한 작가다. 그는 '성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인터뷰에서 말한다. 더불어 '작가의 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뿐이다'고 설파한다.


그 예로 등장하는 것이 수십년 전에 IBM 세일즈맨들이 300킬로그램이나 넘는 컴퓨터를 팔고, 심지어 매일 전날의 판매기록을 깨는 능력을 가지게 된 배경을 설명해준다. 그것은 판매 할당을 매우 낮게 책정하는 전략을 썼다. 그래서 전화기를 드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기를 올려 주어진 할당과 목표를 초과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고, 의도는 성공적으로 적중했다. 이처럼 그는 허접하더라도 매일 두 장씩 쓰라고 조언한다.


인생에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는 방법은 강해지는 방법 뿐이다. 그리고 생각이 강해지려면 읽고 사색하고 쓰는 방법 밖에 없다.


<1Q84>에 등장하는 주인공 덴고는 어느날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과거를 더듬어 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아버지를 통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알고자 하지만 그는 인생의 파도에 쓰러져가는 한 개인일 뿐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들에게 인생은 공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덴고는 공백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고, 아오메메를 만나고, 자신이 쓴 글 뭉텅이와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그 1Q84를 탈출한다.


너무 잘 정돈된 신도시의 오후는 나른하다. 문명의 이기가 닿지 않은 곳은 없다. 반듯한 아파트, 잔디가 펼쳐진 공원. 이 속에서 난 잉여인간처럼 낮잠으로 수면의 부채를 해결하려다 일어난다.


뜨거운 햇살에 살갗은 따갑지만 불안은 가라앉는다. 세상 속에서 가야할 곳도, 마음을 둘 곳도 없을 때가 있다. 마음은 움직이는 내 안에 그리고 달리고 있는 트랙에 둔다. 두꺼운 운동화로 발에 땀이 찬다. 그리고 내게 필요한 것은 땅을 내딛을 얇은 운동화 두짝이라는데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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