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얼 Mar 01. 2024

05_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책을 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책은 열심히 쓰고 만들어서 발표한다고 끝이 나는 게 아니다. 나는 작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출판사 운영도 하기에 내가 출간한 책의 유통과 홍보에 전력을 기울여 최대한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책을 만들고 파는 일을 전업으로 선택한 이상 더더욱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아니, 쉽지 않다는 표현보다는 내가 너무 무지하다는 게 맞을 것 같다. 마케팅의 마도 모르는 상태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저히 감을 못 잡고 있다.


그동안 서점에 부지런히 입고 요청 메일을 보내고, 이런저런 독립출판 북페어에도 참여해 보고, 작년부터는 대형 온라인 서점에도 적극적으로 유통을 시도하면서 판로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책의 홍보도 판매도 여전히 시원찮다. 처음보다는 분명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월 1일 새로운 책을 출간하였다. 신작은 아니고 2022년 발표했던 두 번째 작품집 『여름의 한가운데』의 개정판으로, 판형과 표지 디자인을 바꾸고 문장을 다듬었다. 전체적인 만듦새가 기존보다 만족스럽게 나왔고, 원래부터도 애정이 많았던 책이라 이번만큼은 정말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그렇게 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이제는 소극적인 자세로만 있을 수 없어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바로 서평단 이벤트였는데, 서평단에 선정된 사람들에게 도서를 제공하는 대신 온라인에 서평을 쓰도록 하는 것이었다. 서평단 활동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홍보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막상 이벤트를 시작하려 하니 인지도가 거의 바닥인 출판사의 서평단에 누가 지원할까 싶어 걱정도 됐는데, SNS 유료 광고의 효과인지 예상보다 훨씬 많은 90명이 지원했다. 한껏 고무된 난 지원한 90명 모두 서평단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90명에게 보낼 도서를 혼자서 일일이 포장해 우편으로 발송했다. 생각보다 번거로운 작업이었고 비용과 시간도 적잖게 소요되었지만 내 소설을 읽을 사람들과 그들이 남길 서평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감내했다.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하나둘 올라오는 서평을 기분 좋게 기다리기만 하면 될 터인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이상해 별별 걱정과 의구심이 하나하나 들기 시작했다. 책을 발송하고 비와 눈이 내리자 배달 중에 책이 젖으면 어쩌나부터 시작해, 사람들이 책만 받고 서평을 안 올리면 어떡하지? 올라온 서평이 누가 봐도 무성의하면? 서평이 있다고 과연 뭐가 달라지긴 할까? 내가 돈과 시간만 버린 건 아닐까? 까지. 이러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난 끝내 해서는 안 될 걱정까지 하고야 말았다. 내가 괜한 짓을 한 건 아닐까?


이러한 상황에 매몰되어 있다 보니 심리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우연히 보게 된 한 영상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 한 유명 토크쇼에서 진행자와 초대손님이 나눈 대화 영상이었는데, 아나운서를 준비했다가 최종 합격에 실패한 초대손님은 꿈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그의 면접 과정을 지켜본 다른 방송사가 손을 내밀어 그는 결국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표현하고, 진행자는 그 말에 동의하며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무언가 시도를 한다는 것만으로 가능성이 생긴다는 말과 함께.


난 크게 한 방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만약 내가 어떻게 홍보해야 하나 걱정만 하며 방구석에 처박혀 아무것도 안 했다면 90명의 독자가 내 책을 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SNS에 관련 게시글은 없었을 것이고, 온라인 서점의 독자 서평 개수는 여전히 0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내가 예상 못 했던 일들도 일어날지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갑자기 내 소설이 입소문을 타게 될지!


난 스포츠 중에서 야구를 좋아한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방망이로 맞혀야 상황이 발생하는 스포츠인데,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기 전에는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다. 방망이에 맞은 공은 아웃이 되기도 하지만, 안타가 되기도 하고 홈런이 될 수도 있다. 때론 상대방에게 예상치 못한 실책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방망이를 휘둘러야 일어나는 결과들이다.


응답 없는 입고 요청 메일을 계속 보내는 것이, 판매가 저조한 북페어에 꾸준히 참가하는 것이, 그리고 내 돈과 시간을 투자해 독자들의 서평을 받는 것이 지금 당장은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단지 그걸로 끝은 아닐 것이다. 부지런히 휘두른 방망이는 분명 어떠한 결과를 낼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 아웃이겠지만 가끔 안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때린 공이 담장을 넘어 홈런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_2024.02.29

매거진의 이전글 04_준비의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