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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얼 May 25. 2024

17_당신은 행복한가요?



지난 주말 한 예능 방송을 보았다. 혼자 사는 한 배우의 하루를 보여주는 방송이었는데, 그의 하루는 그다지 특별할 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공간을 정리하고, 집에 있는 식재료를 사용해 손수 세끼 음식을 만들어 만족스럽게 먹는다. 적당한 운동을 하고, 오래된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그리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다. 그가 이렇게 하루를 보내며 반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좋다”와 “행복하다”였다. 음식을 먹을 때도, 산책할 때도, 휴식을 취할 때도 감탄사처럼 내내 저 말을 내뱉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방송 속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행복이란 건 평범한 일상을 보낼 때도, 꼭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매 순간에, 그리고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고 만족할 수만 있다면 행복을 느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나도 알고 있고,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 익히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건 굉장히 다른 문제이며, 그렇기에 행복을 느끼는 건 말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지금의 순간에 집중해야 하지만 우리는 종종 현재를 불만스러워하며 흘러간 과거를 아쉬워하거나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불안해한다. 자신을 아끼기보다는 스스로 깎아내리고 타인의 것을 선망하며 질투한다. 모두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이 너무나 쉽게 공유되고 온갖 이미지와 영상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는 이러한 어리석은 행동을 자제하는 게 그 무엇보다 어렵다.


회사에 다닐 때 나는―적어도 내가 하는 일에 있어―행복하지 않았다. 늘 사람들에게 시달렸고, 내가 만든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항상 자신감이 부족했고, 나의 일에 애정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소설 쓰기와 독립출판으로 도망치려 했다. 잠을 줄여가며, 주말을 투자해서, 때로는 사무실에서 몰래. 그래야지만 행복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래야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것들을 업으로 하는 지금의 나에게 누군가 “당신은 행복한가요?”라고 묻는다면, 난 “그럼요. 행복하죠.”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아무 주저함 없이 저렇게 대답하진 못할 것 같다. 분명 “글쎄요……”로 시작해 한참을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행복하지 못했던 모든 상황이 사라지고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것으로만 내 삶을 채웠으니 행복해야 마땅하건만 왜 나는 자신 있게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걸까.


아마도 나는 이미 내가 손에 쥔 행복을 모른 체하고, “이건 행복이 아니야.”라며 부정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어떻게든 찾아내 그게 지금 나의 전부인 양 집착하고 있다. 이전보다 줄어든 경제적 소득, 좁아진 인간관계, 좀처럼 발전이 없는 나의 문장,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전진하는 동료작가들. 대부분 당장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그래서 굳이 신경 안 써도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문제처럼 여기며 나를 옭아매고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행동을 그대로 하고 있다.


최근 원영적 사고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아이돌 그룹 멤버인 장원영의 말과 행동에서 유래된 것으로 초긍정적 사고를 의미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려는 사고라고 할 수 있는데, 옛날 무한도전 세대인 나에겐 노긍정 선생의 가르침과 유사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행복한 감정은 가만히 있는 사람보다는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더 잘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방송 속 그가 계속해서 “좋다”, “행복하다”란 말을 하는 건 자연스럽게 행복한 감정이 느껴져서 일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모든 순간에 행복함을 부여하려는 노력일 수도 있다.


물론 매 순간 행복한 감정을 강요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감정적인 노동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그 노동이란 건 아마도 별것 아닌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조금 과하더라도 행복한 감정을 일부러 표현하려는 행위이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이 자신을 잠식하는 걸 어떻게든 막으려는 투쟁이기도 하다. 단번에 될 수는 없겠지만 의식적으로 반복한다면 가능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삶은 긍정적 에너지로 충만해질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러한 삶은 예상치 못했던 멋지고 근사한 곳으로 날 이끌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에 확신이 없더라도 우선은 자신 있게 대답하려 한다.


“물론이죠. 행복합니다!”


이 대답만으로도 분명 많은 것이 바뀔 테니까.



_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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