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전업작가 생활을 시작하면서 규칙적인 생활과 체력 관리가 필요해서였지만, 기본적으로는 건강을 위해서였다. 지난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더니 건강 상태는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1월에 받은 건강검진을 통해 수치로 확인한 나의 상태는 심히 충격적이었고, 이대로 있다간 진짜 큰일 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운동을 더 미룰 수 없었다.
집 근처 체육관의 그룹 PT를 등록했고, 매주 두 번 또는 세 번 참석하고 있다. 운동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이다.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유산소 운동,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근력 운동, 그리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이 둘을 혼합한 운동으로 구성된다. 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최소 1회씩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목표한 바를 무리 없이 지켜가고 있다. 1회당 시간은 50분이다. 하지만 동작 설명 시간,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 시간, 그리고 운동 사이 짧은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제대로 운동하는 시간은 고작 20분 정도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힘들다(적어도 나에겐).
체육관에서 유산소 운동은 cardio, 근력 운동은 resistance라고 부른다. cardio는 심장강화운동을 의미하며, 심박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숨차게 만드는 운동이다. 버피, 러닝, 사이클, 로잉머신 등이 해당한다. resistance는 저항운동이라는 의미로,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리는 운동이다. 보통 덤벨, 케틀벨, 플레이트 등을 활용하는 운동이다. 두 운동이 목표하는 효과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난 근본적인 목적은 같다고 생각한다. 바로 물리적으로 버텨내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버틴다는 건 단순히 인내심만으로는 할 수 없다. 버틸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유산소 운동으로 심장이 터질 것처럼 숨을 헐떡거리게 만드는 것도, 근력 운동으로 근육을 끊어질 듯 팽팽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러한 버틸 수 있는 신체를 만들기 위함이다. 운동을 하고 있으면 숨이 넘어갈 것 같고, 온몸이 후들거리고, 나도 모르게 쌍욕을 뱉어낼 것처럼 극한의 고통을 느끼지만 분명 효과는 있다. 미세하게나마 점점 더 강한 자극에 버틸 수 있는 몸이 되어가는 게 느껴진다.
아마도 운동을 혼자 했다면 절대 이 정도로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바른 자세를 알려주고,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을 때 옆에서 조금만 더! 한 번만 더!를 외쳐주는(보통 이럴 때 쌍욕이 나올 것 같다.) 트레이너가 있기에 보다 독한 마음으로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룹 PT이다 보니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도 큰 도움이 된다. 잘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고, 실력이 아직 조금 부족한 사람을 보면(다른 사람들에겐 내가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내가 저분보다는 낫다는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함께 하기에 나는 분명 더 단단해지고 강해진다. 외부 자극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간다.
그러고 보면 글쓰기도 그렇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근사한 이야기를 창조하는 능력과 멋진 문장을 쓸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와 함께 꾸준하게 버티는 힘도 분명 필요하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의자에 앉아있는 힘, 기대와 다른 반응을 받았을 때 좌절하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의연함을 유지하는 힘, 그리고 외부 환경이 의지를 꺾으려 해도 글쓰기를 향한 애정을 끝까지 믿게 하는 힘. 이러한 힘이 글쓰기에 있어 버티는 힘이며,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조금씩 키워가고 있는 힘이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그리고 이 모든 걸 끝없이 반복하면서.
그리고 운동과 마찬가지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는 글 쓰는 삶을 더 잘 버틸 수 있다.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걸어가며 서로 응원해 주는 동료 작가들, 함께 글을 나누며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문우들, 어쩌면 초라하고 부족해 보일지도 모를 나의 삶을 묵묵히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친구들, 그리고 내 가족. 그들이 있기에 분명 나의 글쓰기는 내 신체처럼 단단해지고 강해질 것이라 믿는다. 끝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오전에 외부일정을 마치고 오후에 집에서 쉬고 있을 때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갑작스럽게 전화가 왔다.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그는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내게 오늘은 어디 카페에서 글 쓰고 있냐고 묻는다. 지난번에 전화했을 때 내가 카페에서 글 쓰고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묻는 거였다. 난 오늘은 집에서 쉬고 있다고 답한다. 친구가 장난스럽게 말한다.
“야, 프리랜서가 토요일이 어딨어. 열심히 써야지.”
나도 장난스럽게 받아친다.
“큰일 날 소리 하네. 프리랜서도 어엿한 노동자야. 주 5일 노동 준수한다고.”
친구는 웃으면서 그러냐, 한다. 그러고는 글은 잘 써지냐고 묻는다. 난 마감이 다가오니 어쨌든 쓰고 있다고 답한다. 그리고 친구한테 넌 어떻게 지내냐고 묻는다. 친구는 뭐 별거 있냐고, 별일 없는 날들의 반복이라고 한다. 별일 없는 게 행복한 거라고 난 말한다. 친구도 그렇지, 라고 답한다.
“그나저나 술 사준다니까 왜 안 와? 언제든지 오라니까.”
“그러게, 내가 조만간 시간 내서 연락할게.”
그리고 통화는 끝났다. 통화 시간은 고작 3분 정도.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40대 남자들의 통화였다. 하지만 난 친구의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통화를 마치고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마음이 따듯해졌다. 날 생각해서 전화해 준 친구의 온기가 전달됐다. 친구의 전화 덕분에 날 버티게 하는 힘이 조금 더 더해졌다.
그렇게 난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며 계속해서 나아간다.
_2024.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