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얼 Jun 08. 2024

19_나 혼자



시스타의 <나 혼자>라는 노래가 있다. 후렴구의 가사는 이렇다. 나 혼자 밥을 먹고/나 혼자 영화를 보고/나 혼자 노래하고/이렇게 나 울고불고. 이런 구절도 있다. 나 혼자 길을 걷고/나 혼자 TV를 보고/나 혼자 취해 보고/이렇게 나 울고불고. 이 가사에 빗대 요즘 내 하루를 적어본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나 혼자 글을 쓰고/나 혼자 수정하고/나 혼자 쥐어짜고/이렇게 나 울고불고/나 혼자 편집하고/나 혼자 디자인하고/나 혼자 끙끙 앓고/이렇게 나 울고불고.


그렇다. 요새 나는 혼자서 고군분투 중이다. 신간 출간을 앞두고 책을 만들고 홍보하기 위한 모든 작업을 모조리 혼자 처리하고 있다. 독립출판을 네 번째 하는 입장에서 혼자 작업하는 게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1년 만에 다시 하고 있으니 모든 작업이 새롭고 어려운 건 여전하다. 이 과정은 언제쯤 익숙해지고 쉬워질까 생각해 보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요즘 내게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안겨주는 작업들은 이런 것들이다. 우선 원고의 교열. 완성된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오탈자와 비문 수정은 당연하고, 어색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계속해서 뜯어고치고 있다. 누군가 초고는 쓰레기라고 했던가. 수정할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어서 이건 뭐 거의 새로 쓰는 수준이다. 그래도 원고를 고치는 작업은 그나마 수월한 편.


다음은 책의 디자인과 편집. 기존에 출간했던 책과 동일한 판형으로 하기에 큰 틀은 정해져 있고, 내지 디자인도 변경 없이 그대로 사용한다. 문제는 커버 디자인이다. 어떤 이미지를 사용할 지부터 이미지의 밝기와 색감, 제목의 위치와 글자의 간격, 크기 등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 디자인 센스가 그다지 있는 편도 아니고 디자인이란 게 애초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보니 이렇게 해도 괜찮아 보이고, 저렇게 해도 괜찮아 보인다. 결국 이래저래 수정만 수없이 할 뿐 도무지 결정은 못 내리고 있다. 아마도 표지 디자인 최종 결정은 마감 날짜가 해주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홍보 및 펀딩 작업 준비. 홍보 자료 작업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했다. 아무래도 탈고 및 디자인 작업의 마무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작업도 시작하게 되면 인상적인 홍보 문구를 생각하고 눈에 띄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등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아직 시작 안 했으니 벌써부터 신경 쓰진 않으려 한다. 펀딩 작업은 이번에 처음 해본 작업인데 이게 아주 고역이었다. 텀블벅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여 사전 판매 방식으로 펀딩 하는 방식인데, 이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은근히 까다로웠다. 어찌어찌 하루 온종일 씨름해 가며 심사 신청까지 완료하긴 했는데 만약 심사에서 보류되면 일정도 틀어지고 이래저래 귀찮아질 것 같다.


이렇게 모든 작업을 혼자 하는 건 힘든 건 차치하더라도 작업 능률과 효율이 극도로 낮을 수밖에 없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투입한 시간에 비해 작업량이 많은 것도 아니며, 결과물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손쉬운 건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이다. 협업이든, 고용이든, 아니면 부탁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전문가와 함께 할 때 보다 만족스럽고 수준 높은 결과물이 나오는 건 자명하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혼자 작업을 하는 건 물론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은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는 방법이다. 원고가 채택된다면 출판사에서 알아서 책을 만들고 홍보하고 유통해 줄 테니 내가 고민할 게 없다. 하지만 아직 내 소설이 그럴 정도의 수준이 아니란 걸 알기에 그다지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만약 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 예산이 많거나, 아니면 내 소설을 출판사에서 당장 계약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나는 아무런 고민 없이 전문가에게 부탁하거나,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고 그저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릴까? 과연 그렇게 할까? 정말 이상하게도,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는 못할 것 같다. 여태 혼자 하느라 힘들다고 징징대놓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지금 솔직한 내 심정이 그렇다.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라고 묻는다면…… 글쎄,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난 소설을 쓰는 것도 사랑하지만, 그 소설을 내 손으로 직접 묶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내는 행위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조금 못생기고 투박하더라도 내 글이 담긴 책에는 내 정성과 온기가 오롯이 담기길 원한다. 그렇게 온전히 내 손만을 거쳐 보드랍고도 듬직한 물성을 가진 책으로 나왔을 때 느낄 수 있는 희열과 애증의 감정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한 번이라도 독립출판을 해 보았다면 이 느낌 모를 리 없다!) 쓸데없는 욕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내가 혼자 작업하면서 받는 온갖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결국 계속해서 그러고 있는 건 이런 이유가 아니면 스스로도 설명할 길이 없다. 미련해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저 내 마음을 따라갈 뿐.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나 혼자 작업 중이다. 나 혼자 수정하고, 나 혼자 편집하고, 나 혼자 고민한다. 그러면서 아주 자주 울고불고한다.(물론 실제로 울진 않는다. 은유적인 표현이다.) 그리고 그럴 때 내 얼굴은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내 심장은 기분 좋게 두근거린다.


아마도 난 특별한 계기가 없는 이상 계속해서 이럴 것이다. 모두 다 내가 원한 것이었고, 이 모든 걸 난 사랑하니까.



_2024.06.06

매거진의 이전글 18_설명은 어려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