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수원에 있는 독립서점 사장님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결혼식장도 수원이라 가는 길이 가깝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장님은 ISBN도 없었던 내 첫 책부터 큰 관심과 애정을 주었고, 판매도 많이 해준 감사한 분이다. 그동안 돈독한 관계를 쌓아왔던 터라 거리가 멀어도 기꺼이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 식장은 수많은 하객으로 붐볐는데, 그중엔 독립출판 작가님들과 독립서점 사장님들이 꽤나 많았다. 결혼하는 사장님이 평소에 독립출판 분야에서 얼마나 활발히 활동하고 넓은 사회관계를 형성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과 같은 경조사의 참석은 자기가 속한 사회관계에 따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독립서점 사장님의 결혼식은 내게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내가 참석했던 결혼식은 친인척을 제외하면 대부분 학교에서 만난 친구와 선후배, 그리고 회사 동료의 결혼식이었다. 학교와 회사가 그동안 내가 형성한 주요 사회관계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소설을 쓰고 책을 출간하기 시작하면서 독립출판과 관련된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의 사회관계에 새롭게 포함되었다. 어쩌면 앞으로 나에게 가장 중요해질 수도 있는 관계이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책을 출간한 지 이제 3년 차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동료 작가들과 독립서점들을 만나고 알게 되면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었다. 작년까지 이 관계는 어떻게 보면 그저 친목을 도모하고 소소한 도움을 주고받는 조금은 느슨한 관계였다. 하지만 이제 내게 소설을 쓰고 출간하는 것은 어엿한 직업이 되었고, 그에 맞춰 관계도 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긴밀하고 때로는 전략적인 비즈니스 관계가 요구되고, 다양한 분야로 관계의 확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타고난 성격이 워낙 소극적이고 소심해 사회관계를 확장하고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건 내게 그리 쉽진 않다. 하지만 나의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제는 회사에 속해있지도 않고 혈혈단신 혼자 일하는 처지니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건 어찌 보면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타고난 성격을 개조해서라도 말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요즘 그러한 관계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만들어 나가고 있다. 노력의 결과인 경우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운이 작용한 경우도 있었다. 최근 문화재단의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는데 이를 통해 문화재단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고, 후속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또한 영상이나 회화, 연극 등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교류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새로운 관계를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유지하고 지속해나가야만 하겠다.
소설은 혼자 쓰지만 소재와 영감은 혼자서 고민한다고 얻어지는 건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고 여러 사람과 교류해야 한다. 책을 만들고 출간하는 것도 당연히 혼자 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고, 나와 맞는 협력업체와 함께 작업해야 한다. 결국 더 좋은 소설을 쓰고, 더 멋진 책을 만들고,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관계를 형성하고 보유해야 한다.
전업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나에게 지금까지 여러 숙제를 내줬다. 체력 키우기, 인내심 기르기, 설명 잘하기 등등. 새로운 사회관계 만들기는 새롭게 추가된 숙제이다. 그리고 어떤 것보다 심혈을 기울여 잘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이다. 숙제가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나가 보려 한다.
_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