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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얼 Jul 17. 2024

23_경제적으로 이상적인 전업작가의 삶



작가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여러 수단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수입은 출판을 통한 수입, 바로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 출판사에서 출판되는 대가로 받는 인세일 것이다. 인세는 보통 인쇄되는 부수 총액의 일정 비율로 계산되는데, 그 비율이 작가의 유명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생각보다 크진 않다. 그래서 책이 몇만 부씩 판매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이상 인세만으로 큰돈을 버는 건, 아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돈을 버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인세 이외에 작가가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각종 원고 청탁을 통해 받는 원고료, 작품이나 글쓰기에 관한 강연 및 강의 비용 등이 있다. 다만 이러한 기회는 모든 작가에게 해당하는 건 아니며, 이 역시 큰돈을 벌기는 어렵다.


그래도 위에 언급한 방법은 그나마 작가로서의 본분, 즉 글을 쓰는 행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경제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으로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는―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대다수 작가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일, 즉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해 글쓰기와는 전혀 무관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에는 불안정한 파트타임 업무나 단순 육체노동도 분명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전업작가를 선택하기 전 나는 도시계획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일했다. 업계에서 10년 넘는 경력을 쌓아 나름 전문가로 인정을 받았고, 그에 맞춰 보수도 아쉽지 않게 받았다.(물론 100% 만족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별도의 경제적 기반이 확고했기에 소설을 쓰고 출판 활동을 하는 데 비용면에서 부담은 없었다. 애써 발표한 책이 안 팔리면 아쉽기는 했지만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것에 그다지 안타까워하지는 않았다. 그땐 소설을 쓰고 출판하는 게 어쩌면 내 만족을 위해 하는 취미활동 같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업작가 생활을 보내고 있는 지금은 어떤가? 책 판매는 이제 나에게 있어 가장 주요한, 그리고 (아직까진) 유일한 수입원이 되었다. 그래서 이전처럼 책 판매 추이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며 마냥 한가로울 순 없다. 물론 지금 내 수준에서 몇만 부, 아니 몇천 부씩 팔리는 걸 기대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자리를 잡고 안정이 되는 데 어느 정도는 시간이 필요할 거라 예상했고, 그래서 지금도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계속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저조한 책 판매를 보며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쨌든 그래서 지금 난―말하긴 부끄럽지만―수입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책 판매도 미미한 수준이고, 별도의 원고 청탁이나 강연 기회 같은 것도―아직은―없다. 그래서 그동안 직장 생활하며 모아 놓았던 돈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 걱정이 안 된다면 새빨간 거짓말이고, 이게 다 성공을 위한 투자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며 버텨나가고 있다. 최면이 풀리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최근엔 신작도 나오고 6월 말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하는 등 여러 이벤트가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책 판매량이 많긴 했다. 특히 서울국제도서전은 행사 기간 5일 내내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서(총방문객이 15만 명 이상이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처음 경험해 보는 책 판매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매달 이 정도씩만 팔린다면 감사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적어도 당분간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책 판매든, 고정적인 원고 작성 또는 강연이든, 아니면 그 외의 어떠한 수단이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의 확보는 전업작가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 구조는 아마 하나의 방법만으로 형성되고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앞서 말한 방법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난 소설을 쓰기 위해(그리고 먹고살기 위해) 글쓰기와 무관한 다른 일―파트타임 업무나 단순한 육체노동―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소설을 쓸 수는 있고, 실제로 그렇게 활동하면서 멋진 소설을 쓰는 작가들도 여럿 보았다.


하지만 전업작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난 아직은 이상을 좇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오로지 글쓰기와 관련된 것으로만 가득한 삶을 희망한다. 소설을 쓰고, 책을 발표하고, 주기적으로 외부 청탁 원고를 쓰고, 가끔 강연이나 강의를 하는 삶. 이러한 삶이 그냥 주어지진 않을 것이다. 치열한 노력과 인내, 그리고 무엇보다 실력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경제적으로 이상적인 전업작가의 삶을 위해 난 더 부지런히 쓰고, 적극적으로 나를 알리고, 내게 다가오는 기회를 의심 없이 움켜쥐어야 한다.


이미 너무나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저 실천만 잘하면 된다.



_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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