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채물감 Nov 29. 2021

첫눈에게

핸드폰가방에서 폰이 잘 빠져나오지 않을 때가 있어 성가신 경우가 있긴 했으나, 이렇게 액정 보호필름이 벗겨지긴 처음이다. 핸드폰을 꺼내자마자 바닥에 놓쳐버렸다. 깨지진않아 다행이다. 미처 생각지 못한 상황이라 쩌억 소리가 날 때는 잠시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필름만 무릎 위에 덩그렇다. 코트소매로 액정을 대충 닦아내고 얼른 필름을 올려 붙여보았다. 손가락으로 손톱으로  열심히 밀어내 보지만 동글동글 공기방울들은 모두 없어지질 않는다. 풍등 철길 위로 눈이 내리는거 같다. 제작년 겨울 대만여행에서 아이들과 풍등을 날리러 가서 찍은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띄워놓았는데, 핸드폰을 살짝 기울이니 기포주머니들이 마치 눈송이 같다.

곧 첫눈이 올거다. 이번주 추위가 찾아오고 강수확률도 있으니, 눈이 오실수도..

S가 수능을 마치고 논술시험도 보고 왔으니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올해 시험이 불수능이었다는 기사들이 쏟아져도 원래 상위권 아이들은 흔들리지 않는법이고, 우리 S는 심하게 흔들리는 쪽이라 수시결과가 나오기 전에 충분히 즐겨야할거 같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날아가고싶지만 코로나 시국은 여전하고, S는 한창 친구들이 좋을때다.

대학이 전부가 아닌것을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조금이라도 나은 대학이길 바라고, 시험을 망쳐도 해맑은 아이 얼굴이 다행이다가도 한숨이 나온다. 아직 수양이 많이 부족한 게지..  아침마다 깨우기가 전쟁이던 S가 친구들과 놀이공원을 간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하던 오늘아침.. 그래, 늘 말했듯이 걱정은 엄마가 할테니 너는 오늘 열심히 공부, 아니고, 열심히 놀거라.

내일 첫눈이 오시면 첫눈께라도 빌어봐야겠다. 최저를 맞추고 합격소식을 들려달라고... 아니, 내가 의연한 엄마가 되게 해달라고...

작가의 이전글 공항으로 가고 싶은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