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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은 Jul 27. 2021

나의 썸네일에 대하여 말해주세요.


     얼마 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평소 잘 하지 않는 큐엔에이를 올렸었다. '주은에 대한 설명이나 생각, 혹은 기억에 남는 한 가지'를 적어달라는 내용의 질문이었다. 내가 보는 내 모습과 타인이 바라보는 내가 얼마큼이나 비슷할지 궁금했던 게 첫 번째고, 두 번째로는 답변들을 모아서 자기소개서에도 활용해도 괜찮겠다는 요량이었다. 많은 참여와 재미를 더하기 위해 질문에 답을 해 주는 분들에게는 내가 생각하는 상대방에 대해서도 알려드리겠다고 적었다(그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질문을 올리고 잠시 기다리니 답변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나도 회답을 하려고 보니 내가 한 질문은 친한 사람일수록 고민이 필요해 시간이 걸리는 질문이었다. 잘 모르는 사이보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인 경우 상대방에 대해 한두 문장으로 요약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인데, 이 친구가 뭐를 좋아하고 어떤 성격인지에 대해서는 말할 거리가 넘쳐났지만 내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상대의 대표 이미지가 무엇인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이 남겨준 답변에 다시 답변을 달면서, 잠깐씩이나마 오롯이 걔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의외로 예상치 못한 사람들로부터의 답변도 많았다. 

올리면서도 나와 아주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 뭔가 흥미로운 내용을 받아 보게 되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매우 궁금은 했지만!). 요즘은 꼭 만나서 대화하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지 않더라도 SNS에 내 얼굴, 취향, 스타일, 일상, 생각 등 많은 기록된 정보들을 볼 수 있는 시대니까, 만일 나와 충분히 친해지기 전에 나를 떠올리게 된다면 어느 정도는 정보로부터 주입된 이미지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했던 생각이었다. 애초에 이 질문에 답을 해줄 만큼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고.

    그런데 사람들은 내 짐작보다 다양한 포인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대부분의 답변이 나의 외모나 특징에 대한 내용보다 내가 예전에 했던 어떤 '말'로부터 시작된 내용들이 많았다. 내가 한 말과 관련된 기억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는 특징은 나와 대화를 얼마나 풍성하게 나눴는지와 상관없이 공통된 부분이었는데,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썼던 편지에 묻어난 내 성격이 의외였다던가, 내가 언젠가 건넸던 따뜻한 말을 기억한다던가(이건 그분의 말을 빌었다). 첫인상이 차갑고 무뚝뚝했는데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내용도 더러 있었다. 


    사실 나는 평소에도 지나간 대화의 내용들을 잘 잊는 편이라 그 분들이 인상깊었다고 이야기한 '편지, 말, 대화'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내가 내뱉었던 많은 말들 중에서 상대방에게 닿아 인상 깊게 정착한 한 구절이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내가 한 말을 내가 다시 묻는 건 과거에 했던 말이 순식간에 무성의하게 느껴질만한 행동인 것 같아 물어보지 않았다. 성의 있게 보장할 수 있는 건, 그게 어떤 온도고 뉘앙스였든 간에 그 시점에 진심이었을 거란 것이다. 나는 거짓말로 꾸며서 말을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해야하는 일이 있다면 차라리 아무 말을 안 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그러니, 기억하지 못할지언정 내뱉은 말은 진짜다. 

 

     한결같은 사람인 나는 아마 앞으로도 진심 담아 했던 말들을 주야장천 까먹어댈 것이다. 그러니까 또 누군가는 내가 한 적이 없는(없다고 생각하는) 말들을 머릿속에 박제하고 나라는 사람의 썸네일이 되겠지.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단어와 어투가 언제 누구의 기억저장소로 들어가 나를 대표하는 모습이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그럴 거라면 그 말들은 꼭 나와 같은 성질의 말이면 좋겠다. 모두에게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나를 잘 알려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가능한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난다.

 가만 보면 나도 꽤나 나를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나와 어울리는 말들을 부지런히 구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 답장해주신 분들께-

바쁘고 치열한 하루에 잠시라도 저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따뜻하고 깊은 말들을 해주어 고맙습니다 <3

여러분도 한 번쯤 해보시기를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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