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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쮸댕 Jan 07. 2023

<무엇이든 가능하다>-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고백건대 가까운 사람들 혹은 지인들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을 내뱉은 적이 많다. 어떤 뉘앙스와 단어를 선택해야 할지 고심하고 고른 적도 있다. 더 뼈저린 상처를 내기 위해서. 거기다 의식하지 못한 순간은 더더욱 많을 거다. 많은 순간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는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 혹은 호의나 조언이랍시고 해준 말들이 상대방에게는 어떤 아픔으로 다가갔을지도 모른다.


상처를 준다는 건 일종의 폭력이다. 언어도 폭력이 된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소설 속에 그 폭력과 아픔을 담는다. 인간은 늘 불안한 존재이고 저마다 상처와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간다고. 그리고 그 끝에 회복과 깨달음을 발견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작가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이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작가로 <올리브 키터리지>를 통해 2009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가 쓰는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 책도 아홉 편의 단편으로 엮여있지만 전작인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 등장했던 인물들 개개인의 이야기라고 한다.


독립된 이야기지만 연결되어 있다. 서로가 이웃이고 친척이고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모든 인물을 주연으로 다루고 깨달음의 순간으로 데려가주는 작가의 세심함이 놀랍다. 세상에 덜 중요한 사람도 더 중요한 사람도 없다. 그런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작품 속에 묻어난다.


토미는 화재로 인하여 집과 재산을 모조리 잃어버리지만 오히려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종교적 의미를 깊이 깨닫게 되었음을 감사하며 살아간다. 에이블,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는 부재했으나 삶의 마지막 순간에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음을 깨닫고 날개 단 듯 훨훨 날아간다. 그리고 말한다. 온전한 깨달음,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내가 좋아하는 정혜윤 작가는 <슬픈 세상의 기쁜 말>에서 자신의 고통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가늠할 수 있는 사람은 영혼에 바다를 품은 사람과 같다고 했다. 영혼에 바다를 품은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함부로 말하지 않는 사람.


도티는 어른이 되기 전에 엄청나게 가난하게 살아서 그 뒤로 오랫동안-필요 이상으로 오래-옷가게건 정육점이건 빵가게건 백화점이건, 어느 가게에 들어가 든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다가 나가달라고 말하는 순간이 오리라 예상했다. 도티는 수치감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고, 누구든 자신의 민박집을 찾는 사람은 결코 그런 느낌을 받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한편 셸리 스몰은 어떤 종류의 가난도 경험해보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었지만 정말로 아주 불안해 보였다. 257p

우리는 매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타인에게 어떤 삶의 방식을 강요하고. 우월감을 드러내고. 혹은 반대로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 위해 비겁한 형태로 또 다른 폭력을 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적어도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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