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쮸댕 Mar 12. 2023

임신 중기의 기록, 치골통과 갈비뼈통증

하루하루를 무사히 버티자는 마음으로 지나가고 있는 임신 중기. 내일이면 28주를 넘기면서 이제 임신 후기로 접어든다. 사실 치골통이 오기 전인 16주~20주 때는 입덧이 싹 가시고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육체적 컨디션에 날아다니는 임신부였다. 매일아침 6~7킬로미터는 거뜬히 날아다녔고 팔다리도 자유롭게 컨트롤 가능했다.



23주: 명치통증

어느 날 명치가 따끔거리면서 아파왔다. 주로 저녁식사 후에 아팠기 때문에 처음에는 소화가 안 되는 건 줄 알았다. 체기가 원인이라 생각하고 손바닥도 주물러보고, 등도 두드려보았다. 다가오는 주에 임당검사가 있어서 정기검진을 간 김에 초음파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명치가 아픈데 혹시 원인이 뭘까요?

초음파로 확인해 보시더니 아픈 그쪽에 아기의 두 발이 포개어져 있다고 했다. 발로 눌렀거나 찬 거 같다고 하셨는데 참나,, 그렇게도 아플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출처. 서울 나우 병원

문제는 부위가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가더니 갈비뼈 위쪽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근무하는 때부터 하루종일 쑤시기 시작해서 아예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자다가 아파서 깨 보면 그 부위가 윽 소리 날 정도로 아팠다. 그렇게 밤잠을 설쳤다. 두 시간에 한 번씩 깼다. 삶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출근하면 졸리기 일쑤였다. 도대체 다른 임신부들은 어떻게 일하는 거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섯 명이 임신했던 경험이 있는 단톡방에 질문을 했는데, 그중 한 명이 나와 같은 증상을 겪었다고 했다. (그러니 지극히 낮은 통계적 모집단에 의하면 임신부 여섯 명 중 한 명꼴로 겪는 통증)


흉곽이 작은 사람들이 종종 갈비뼈나 명치 통증을 겪는다고 한다. 심하면 갈비뼈에 실금이 가기도 하는데, 출산 후에야 나을 수 있는 통증이다.


수면을 위해 내가 고안해 낸 방법은 상체를 약간 기울여서 자는 거다. 약간 기울여서 눕는 자세인데, 한마디로 '앉아서 자기'다. 그렇게 이틀 연속 5시간 넘게 통잠을 잤다. 통잠이라니, 신생아도 아니고. 그런데 효과를 봤으니 앞으로 쭉 이렇게 해볼 생각이다. 이렇게 남편과 각방을 쓰게 되었다.



24주: 치골통, 걷게만 해주소서

그 부위가 치골이라 불리는지는 난생처음 알았다. 왼쪽 회음부와 Y존 근처 어딘가가 욱신거리면서 걸을 때마다 묵직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그냥 신경 쓰일 정도이다가 이틀, 삼일째부터 침대에서 내려오는데 왼쪽 다리를 절뚝거렸다. 러닝을 중단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운동을 포기할 수 없어 아파트 헬스장의 사이클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대체할 수 있는 유산소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해 뜨는 기운을 받으면서 풍경을 지나치며 달리는 것과 실내에서 숫자판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페달을 밟는 것은 동력 자체가 달랐다. 슬픈 마음으로 이 치골통은 언제 끝날 것인가, 병원을 가야 하나, 계속 검색했다.


치골통 낫는 방법, 치골통 원인, 치골통에 좋은 스트레칭 등등


일단 원인으로는 아기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치골 부위를 압박해서 생기는 통증이었다. 원인이 뱃속의 태아이므로 이 또한 출산을 해야 낫는다는 게 답이었다.


'아니... 앞으로 4개월을 더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절망적인 마음을 안고 운동을 쉬는 동안 나아지는 추이를 지켜보았다. 쉬면 통증의 강도는 좀 나아졌다. 하지만 조금 오래 걷거나 살짝 달리기를 시도하면 당분간은 또다시 절름발이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지금도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그 밖에 자다가 종아리가 돌처럼 딱딱해지는 다리 저림, 배가 커지면서 양옆으로 북북 긁게 되는 가려움증(사실 나의 경우 초반에 가슴도 너무 가려워서 온몸에 크림을 덕지덕지 발랐다), 이마에 좁쌀처럼 촘촘히 난 여드름과 피로가 쌓이면서 더 불룩해진 눈밑 지방, 밥 몇 숟갈만 떠먹어도 숨이 가쁜 증상 등 헤아릴 수 없는 신체적 변화가 있었다.


그나마 즐거운 요소를 꼽으라면 태동이다. 내 안에 생명체가 실제 한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다.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니. 내 안에 또 하나의 생명이 있다니

중기 어느날 저녁 달, 그리고 23년 1월 초음파


요즘은 지인들에게 '(나의) 존재 자체가 고통이다'라고 칭얼거리면서 말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러나 이 또한 내가 선택한 길인 것을. 그 고통을 하소연하는 게 너무 모순적이지 않은가. 인간이 이렇게 모순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2년 달리기 결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