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죽음들의 그렇지 않은 기록
수십년간 잊고 지내다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툭 하고 건드려져 기억이 물 번지듯 머릿속에서 퍼져나가는 때가 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그런 걸 경험한다.
작가가 어린시절 에피소드를 떠올리고 기록하는 방식도 대개 이러하다. 빗자루로 산책길을 쓸다가 문득 멈춰선다. 수십년 전 자신에게 빗질을 가르쳐준 사람이 누구였는지 궁금해한다. 줄곧 외할머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외할머니는 마당을 쓰시는 분이 아니었으니까. 아마 일당 1달러를 받고 외할머니 집으로 일하러 온 흑인여성이었을 거다. 그렇게 에올라를 떠올린다.
죽음에 대해서도 그렇다. 우리는 종종 어른들로부터 집안의 어르신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전해듣는다. 하지만 우리 귀에 들어올 때 그 사연은 옛날옛적 호랑이 살던 시절 동화와 맞먹는 급으로 가볍게 와닿는다. 어쨌든 한 세대를 건너뛰면 평범해져 버리는 게 죽음에 대한 이야기 같다.
그래서 이 책이 놀랍다. 누구나 경험하지만 모두가 기록하지는 않으니까. 다채로운 생애들의 끝이 이렇게 갑작스럽거나 허망하거나 혹은 서서히 다가오는구나 다시금 본다.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 책이라서 읽었는데 기대만큼 소재와 삶을 바라보는 시각, 서술 방식이 모두 내 취향 저격이었다. 죽음과 작별 외에도 자연을 주의깊게 관찰한 일기형식의 글이 절반정도를 이룬다. 사실 탄생과 죽음, 먹이사슬 모두 거대한 자연법칙의 일부이니 모두가 연결된 이야기겠다. 홍관조라든가 개똥지빠귀라든가 그다지 관심 밖이었던 생물들을 작가의 눈을 통해 살피다보니 집앞 풍경이 허투루 보이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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