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고독한 생활가

내가 기다리는 '때'

by 지안

온라인 글쓰기 모임의 셋째 주 마감 시간이 훌쩍 지났다. 긴 시간 동안 타자기와 멀어져 있던 내 손가락이 너무 부끄럽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게으른 나의 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주제와 이번 마지막 글감의 주제가 하나로 보이는 건 어찌 된 것일까. 내 인생의 최고의 선물이자 내가 간절히 기다리는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이다. 기나긴 설 연휴에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나 간절했지만, 막상 그 순간이 찾아오니 다시 주저하며 망설이게 된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돌고,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만의 고요한 이 시간이 너무나도 간절히 필요했다.


삶을 주욱 돌이켜보면 나는 사람을 좋아했고, 언제나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살아왔다. 친구들과의 대화, 가족과의 시간,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웃고 떠들며 살아가는 것이 익숙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은신할 수 있는 고요한 피신처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아들이 ‘엄마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적으라는 질문에 ‘엄마를 혼자 놔두는 거’라고 답했을 때,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요즘 입버릇처럼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곤 했는데, 어쩌면 그 말이 아이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든 건 아닌지 미안하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서 엄마도 오롯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언젠가 설명해야 하는 날이 오겠지. 나에게 있어 쉼은 곧 사랑을 위한 준비 과정과도 같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혼자 있는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할까? 사실 특별한 것이 없다. 책상에 멍하니 앉아 있거나, 다이어리를 뒤적이며 마음에 드는 귀여운 스티커를 붙인다. 연필을 만지작거리다가 노트에 의미 없는 낙서를 하기도 하고, 읽다만 책을 펼쳐 들기도 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찾아 듣고, 색색깔의 펜으로 한 줄씩 적어 무지개 모양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귀를 후비거나 손톱을 깎고, 커피를 태워서 마시고, 누워 있고 싶으면 눕는다. 가끔은 새로운 카페나 소품샵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굳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기보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나를 충전하는 과정이다.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차이가 주는 자유로움을 조금이나마 만끽한다.




내가 기다리는 혼자만의 시간은 보통 모두가 잠든 새벽에 찾아온다. 졸음이 쏟아지더라도 책상에 앉아 나만의 시간을 준비하는 순간, 쪼그라들었던 몽글한 마음이 다시 살아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것들을 곁에 두고 느끼는 기쁨만으로 충분한 시간이다. 푸른색 우울의 기운이 몰려올 때면, 그 시답지 않은 것들이 오히려 반짝이며 내 기분을 환기시키는 게 정말 신기하다. 가끔 도무지 풀리지 않는 고민에 잠을 청하기 힘든 밤이 있다. 하지만 홀로 그 속에서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면, 답답하게 가라앉았던 감정들이 서서히 풀리고, 높아졌던 분노의 파도도 점차 잦아든다. 그렇게 나의 시간은 찰랑이며 흐르는 강물처럼 다시금 고요를 되찾는다. 혼자 있는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나를 이루는 중요한 한 조각이 되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평온함은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잠깐이라도 내면의 소리를 듣고,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귀한 순간이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소모된 에너지를 다시 채우고,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매일매일 기다리는 이 조용한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돌보고, 나의 감정과 솔직하게 대화한다. 이러한 과정이 쌓일수록 나라는 존재가 더 단단해지고, 삶을 살아가는 태도도 한층 유연해지는 것 같다. 결국, 혼자만의 시간은 단순한 외로움의 순간이 아닌 스스로를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질투는 나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