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인생 조언의 거북함
조언해 줄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직장에서도 첫 입사 시 어떤 사수를 만나느냐, 그 사수가 얼마나 잘 이끌어 주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회사생활이 좌우되기도 한다.
인생에서도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된 길로 갈 때가 있다. 그때 적절한 조언은 그 사람을 다시 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또 뭔가를 모를 때도 혼자 해결하기보다 조언을 구해 확실히 해결하는 편이 나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조언도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너만 할 때는 말이야."
"내가 인생 선배로써 말하는데..."
그나마 이런 조언이 일과 관련되어 있거나, 정말 실용적이라면 모르나 그럴 경우는 사실 0%에 가깝다.
결국 듣다 보면 드는 생각은 '그래서?'이다. 당신이 젊은 시절 어땠는지, 신입일 때 어땠는 지를 내가 왜 알아야 하는 걸까? 그래서 당신처럼 살라는 건가? 왜? 당신과 난 엄연히 다른 사람인데? 지금 주변의 환경도 그때와는 다른 데 말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이런 '불필요한 조언'에 너무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고작 1살 차이에도 이런 조언이란 탈을 쓴 인생 간섭이 흔하게 일어나니 말이다.
1년, 비록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과연 그것이 누군가의 인생에 왈가불가할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일까?
20살인 사람과 30살인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과연 10년 더 살았다는 것만으로 30살인 사람이 더 인생 경험이 풍부하다 말할 수 있을까? 20살인 사람이 더 알차고 더 다양한 체험을 했을 수도 있다. 인생이란 단순히 나이로만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 아직 결혼 안 했어? 결혼 빨리해야지."
"애 안 낳을 거야?"
"남들은 다 안 하는데 왜 넌 안 하냐?"
이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안 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원지 않거나, 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이거나... 하지만 누군가는 조언이라며 그를 붙잡고 "남들이 하니까 너도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라며 쉽게 말한다.
개인적인 사연은 말하지 못한 채 듣고 있는 이의 마음은 조금도 생각지 않고 말이다.
자칫 섣부른 조언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좌절이 된다. 이것이 남의 인생을 쉽게 판단하고 조언이라는 명목 하에 간섭하면 안 되는 이유다.
이런 '의미 없고 불필요한 조언'이 벌어지는 곳에는 특징이 있다.
관계가 수직적이고 윗사람들은 편하고 아랫사람들은 불편한 관계라는 것, 그리고 조언자는 자신의 길만 정답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각자에게는 각자의 인생이 있고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남의 인생을 배려하지 않는 자의 조언이 얼마나 가치가 있겠는가.
조언이란 그 선이 있고 그 선에서 멈춰야 한다. 지금 이것이 조언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남의 인생에 대한 간섭인지 주의해야 한다. 그렇게 조심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큰 배려가 될 수 있다.
누군가가 조언이라는 탈을 쓰고 당신의 인생에 함부로 관여하려 한다면 이렇게 말하자.
'난 내 인생에 대해 당신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