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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Mar 21. 2019

낯선 전개를 통한 묵직한 메시지.

[영화] 우상 리뷰

이수진 감독의 전작 [한공주]는 무거운 영화다. 영화가 끝나면 감독이 던져준 무거운 메시지에 깔려 좀처럼 헤어 나오기 힘들다.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감독이 상업영화 [우상]과 함께 5년 만에 돌아왔다.

이수진 감독 특유의 묵직한 메시지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단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독립영화였던 [한공주] 때보다 더 낯설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100억이 든 상업영화보다는 100억이 든 독립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묵직한 메시지를 어렵게 던지는 영화'다. 이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느냐 아니냐가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가르는 첫 번째 지점이 아닌가 한다.


# 끊임없이 이어지는 은유의 향연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 보통 대화와 행동을 통해 인물을 보여주고 은유적 표현을 통해 나머지를 보충하는 다른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은유와 상징에 더 무게를 두고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인물의 겉으로 보이는 행동과 말만 따라가다 보면 좀처럼 영화의 개연성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특히 한석규가 연기하는 '구명회'라는 캐릭터가 이런 면이 심한데 '구명회'는 이 영화에서 한 번도 온전한 자신의 내면과 본질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을 철저히 절제하고 통제하고 있다. 그의 내면과 진심 어린 생각은 다양하고 복잡한 은유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 외에도 유리 등에 막혀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장면, 멀리서 들려오는 TV 소리 등 감독은 직접적이지 않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계속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런 숨은 은유를 찾는 맛은 분명 쏠쏠했다.


단, 이는 관객이 끊임없이 은유와 상징을 찾고 해석하며 따라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숨은 메타포 찾기'를 좋아한다면 꽤 흥미롭게 영화를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힘들 수도 있다.


# 아쉬운 사운드 문제



현재 이 영화에 가장 많은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 바로 사운드다. 특히 대사 한 줄이 중요한 영화인데 설경구와 천우희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컸다.

이 영화에서 소리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활용된다. 문 닫는 소리, 발소리, 칼 쓰는 소리까지 전부 인물의 감정을 대변한다. 그리고 작은 소리 하나까지 세세하게 잡아내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단, 이 작은 소리까지 잡아내는 과정에서 설경구의 발성, 천우희의 사투리 연기와 사운드가 불협화음을 내는 듯 보였다. 특히 연변 사투리가 나오는 부분은 천우희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이 연기할 때도 뭉개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연기보다 사운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한석규가 성우 출신 배우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 영화와 함께하는 마라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44분이다.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의 러닝타임이 149분이니 결코 짧은 러닝타임이 아니다. 거기다 [어벤저스]와 달리 이 영화는 계속 관객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집중력을 쏟아내며 메타포를 찾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쉼표 없이 계속 무겁고, 소리나 영상으로 관객을 조인다. 특히 후반으로 가면 잔인한 장면이 연속으로 이어지며 정신적 피로감을 누적시킨다.


계속 요구되는 집중력, 쉴 틈 없이 무거운 이야기, 예민한 사운드, 끝나지 않는 사건, 자극적인 장면들까지 이내 관객은 조금씩 지쳐간다.


이 시점에 이르면 이 이야기를 왜 이렇게까지 길게 가져가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긴 마라톤이 끝나고 종착력에 도착했을 때, 엔딩이 주는 메시지는 매우 강렬하고 확실했다. 이 명확한 엔딩만으로 이 긴 마라톤을 마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 총평

: 어렵지만 자신만의 매력을 가진 영화



이 영화는 최민식이 주연한 [특별시민], [침묵] 같은 이야기에 [곡성]의 분위기를 첨가한 느낌이다.


단, 애초에 비과학적인 이야기에 메타포를 넣은 [곡성]과 달리, [우상]은 현실적 이야기에 메타포를 넣었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흔하디 흔한,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푸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영화의 분위기와 은유들이 버무려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복잡한 은유 덕에 흔한 이야기가 흔하지 않게 보이고, 메시지가 더 강렬하게 와 닿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애매하고 허무하게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좋았다. 무수한 은유를 통해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확실했고, 그 덕에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몰개성 한 영화'는 되지 않았다.


이수진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낯선 상업영화'라고 표현했다. 이 말이 맞는 듯하다.


[곡성]이나 [황해] 같은 개성 있는 분위기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영화에 담긴 은유와 감독의 숨은 의도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낯설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듬뿍 가진 이 영화는 묻는다.


'당신의 우상이 혹시 허상은 아닌지를.'

매거진의 이전글 코미디를 보며 이렇게 웃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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