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정책의 무용함.
총인구 감소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3년 빨라졌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도 올해부터 시작된다는 예상이 나왔다.
저출산 대책이 이어진 12년간 정부가 이곳에 쓴 예산은 126조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이 정도로 돈을 쓰고도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는 오히려 빨라져 버렸으니 결국 이 126조는 공중으로 사라져 버린 셈이다. 그런데도 내년에 저출산 관련 예산을 9000억이나 더 늘린다고 한다.
과연 그런다고 저출산을 막을 수 있을까?
아니, 돈을 떠나 어떤 정책으로라도 이걸 막을 수 있을까?
저출산, 비혼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그저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았다.
신혼부부의 집이 부족하다니 임대 주택을 늘리고, 육아가 힘들다고 하니 출산 휴가를 늘렸다. 그리고 육아비가 만만치 않다고 하니 아동수당을 주고 늘렸다. 하지만 당장 물가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었다.
집만 있다고 다가 아니다. 못해도 3 가족이 먹고살기에 현재 한국의 물가는 결코 만만치 않다. 이런 판이니 아동 수당 역시 별다른 효력이 없다. 혼자면 무난히 살고, 둘이면 어찌어찌 살고, 셋이면 쪼들려 사는 판이니 누가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할까?
거기다 출산휴가나, 노동 시간 단축 등도 한국의 회사 문화상 적용되는 곳에만 적용되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 악덕 중소기업들은 이를 꼬투리 잡아 직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기도 한다. 또 노동시간이 줄어버리면서 임금 역시 줄어 또다시 저출산과 비혼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애당초 위에 언급된 모든 방안들도 취업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렇게 꼬여 있으니 비혼, 저출산 풍조가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이런 문제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비해 인구가 많아 생기는 게 아닐까?"
취업난은 왜 생길까? 집값은 왜 이렇게 높아졌을까? 바로 인구 때문이다. 일자리보다 사람이 많고 집보다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주차난, 사람들 간의 갈등 전부 땅에 비해 사람이 많아 생기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것을 조절하는 데 실패했다.
저출산, 비혼을 떠나 한국은 지금 살고 있는 인구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무턱대고 인구를 유지해야 한다 외치는 게 옳은 일인가? 한국은 지금 나라의 크기와 규모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래도 인구가 많아야 내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겠냐고, 국가의 미래가 있지 않겠냐고.
그런데 아니다. 지금 한국의 서민층의 지갑은 2000년대 초반보다 더 닫혀있다. 그저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어 부자들의 씀씀이만 커졌다. 허울뿐인 내수시장이다.
성장할 때는 모르지만 한국의 경제는 지금 조정 국면이다.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국가는 이를 해결할 뾰족한 수를 가지고 있지 않다. 경제가 회복되려면 못해도 10년은 걸릴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인구가 늘어나고 유지된다고 그게 무슨 도움일까?
물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거고, 생산인구가 부양해야 할 노인층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난 생각한다. 이제 예산을 들이부어 무턱대고 저임금, 비혼을 막으려 할 게 아니라 그 돈으로 미래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이다.
늘어날 독거노인들에 대한 문제, 줄어들 군인들에 대한 부분, 그리고 공실이 될 아파트에 대한 것들 같이 중요한 문제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모두의 초점은 오로지 저출산, 비혼에만 꽂혀있다.
밉든 싫든 우리는 무조건 일본의 전처를 밟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일본은 지금 일자리 천국이 되었다. 자연히 인구 곡선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신 노인 복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돈만으로 저출산, 비혼을 해결할 수 없다. 계속 낳아라, 결혼해라 외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냥 시기가 그럴 때니까.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목을 메기보다는 그로 인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늘 한 발 늦게 움직여 왔다. 부디 이번만은 그러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