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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Apr 08. 2019

왜 회식은 벌칙이 되었나.

회식이 혐오받는 사회.

회사에서 직원들의 단합과 사기는 중요하다.


서로 일을 하며 대면 대면하거나 불편하면 일의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회사는 늘 직원들의 단합과 사기에 힘쓴다. 


사장이나 부장처럼 한 팀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이런 부분에 신경 쓰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회식은 어쩌면 단체 생활에 필요한 요소이다.


회식은 역사가 꽤 길다. 고대 시대, 전쟁을 치르고 나면 승전한 병사들에게 음식이나 술을 제공하는 연회도 지금 보면 회식과 마찬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회식은 외국에도 존재하고 단체라면 어디든 한 번쯤은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은 회식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부장이 "오늘 회식입니다'라고 하면 대부분은 마음속으로 '아, 젠장.'을 외칠 거다. 분명 직원들 간에 화합과 사기 진작을 위한 회식을 왜 정작 직원들이 싫어하게 된 걸까? 


이는 한국 특유의 변질된 회식 문화가 외국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단체가 아닌 한 명의 마음대로.


외국의 경우 회식을 해야 한다면 미리 직원들의 의견을 묻고 날짜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은 그냥 부장이나 사장이 일단 통보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태반이다. 메뉴도 그렇고 무려 먹는 방식까지 그렇다.


사장이 술을 좋아하면 회식은 늘 술이다. 끊어먹는 걸 싫어하면 무조건 원샷해야 한다. 이러니 회식이 회식이 아니라 한 명이 술 먹는데 다른 사람들이 들러리 서주는 분위기가 되고 만다. 당연히 부하 직원들 같은 경우 사기가 오르긴커녕 지치기 마련이다.


단체 중 정말 일부만 즐겁기 때문이다.


#자율 따위 없다.


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자율이 존재하지 않는다. 퇴근하고 나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기 마련이다. 연인이 있다면 연인과, 가족이 있다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우선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로 회식에 빠지기란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 중간에 약속이 있어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애초에 회식임에도 자율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거다. 

술도 못 먹는 사람이 2차, 3차까지 따라가다 보면 이건 지옥이 따로 없다. 특히 신입인 경우 상사를 잘못 만나면 정말 토하면서 먹는 게 뭔지 느끼게 된다.


이러니 이게 즐거울 수가 없다. 함께 밥 먹는 게 강제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기 증진'이라는 회식의 취지에서 벗어나 버린 것이다. 오히려 사기를 꺾고 있으니 말이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


외국에서는 회사에서 벗어나면 굳이 회사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는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회식은 우선 먹는 것과 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상사도 회식에 가면 편한 사회의 어른이 될 뿐, 굳이 상사로 대우받으려 하지 않는다. 


한국은 회사에서의 상사가 밖에 나가서도 상사다. 군대에서도 밖에 나가서 만나면 형, 동생 하는 판국에 말이다. 


물론 외국과 한국의 언어 차이, 문화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회식이 업무가 되고 회식에서 상사가 상사 대우를 받는 순간, 거기에 일 이야기까지 이어지면 그건 더는 회식이 아니다.


그저 일하는 장소가 바뀐 것뿐이지.


#왜 이렇게 됐을까?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일단 다 함께 하는 것만이 단합이고,  누군가가 그곳에서 빠지면 그것을 '혼자 튄다.'라고 생각하는 문화, 그리고 술을 받지 않으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사고 등등...


하지만 같은 곳에서 일할 뿐 사람은 사람마다 다르다. 당장 어떤 이는 술 해독능력이 좋아 하루에 5병을 마셔도 끄덕 없는가 하면 누구는 술 1병도 다 못 마시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정신력' 운운하며 술을 권한다. 


만약 그 사람이 간암이라도 걸리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자기가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집에 가면 심심하다고, 내가 술이 좋다고 직원들을 묶어두고 끌고 다니는 것은 '갑질'일뿐이다. 


직원들은 회사에 일을 하러 왔지 상사와 술을 먹어주거나 흥을 돋워주기 위해 들어온 것이 아니다.


세상이 변해 이제 이런 회식문화가 줄어들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외국은 외국이고 한국은 한국'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옳은 문화라면 외국 문화라도 받아들이는 게 맞다. 사회는 그렇게 발전해 왔다.


불편하더라도 문화가 중요하다면 우린 지금 전부 한복을 입고 출근해야하지 않을까?

한세량 소속 직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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