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세량 May 01. 2019

사나는 죄가 없다.

일왕 퇴위와 사나의 SNS

이 글을 쓸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


난 트와이스의 팬도 아니고, 이런 예민한 문제는 쓰면서도 머리가 아프니까.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참으면 병이 되니 결국 써보기로 했다. 


만약 어떤 분이라도 이 글로 인해 불편하다거나 머리가 아파지셨다면 사과드리고 싶다.


#일왕 퇴위와 트와이스 SNS



4월 30일 일왕이 퇴위했다. 


한국 언론에서도 일왕에 대해 조명하며 꽤 중요도 높게 이 소식을 다뤘다. 


그리고 트와이스의 멤버 사나가 트와이스 공식 SNS에 글 올리며 문제가 시작됐다.


[헤이세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헤이세이가 끝나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지만 헤이세이 수고하셨습니다. 


레이와라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헤이세이의 마지막인 오늘을 깔끔한 하루로 만들어요!]


이후 최초 기사는 그저 '사나가 일본왕 퇴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정도였다. 그런데 이 기사가 퍼지면서 '사나의 역사관 논란'에 이어 'JYP가 한국을 우습게 여긴다.'로 점점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난 도대체 저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일단 저 문구는 일왕 퇴위에 대한 감상일 수도, 그저 지나간 한 시대에 대한 감상일 수도 있다. 


일본인들은 태어난 연도를 말할 때 "헤이세이 2년'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자신을 '헤이세이 세대'라고 구분 짓기도 한다. 따라서 사나 입장에선 그저 "2010년도가 가네요"이런 의미로 쓰였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일단 언론은 주로 '일왕 퇴위'에 대한 감상이라고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거기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일왕의 역사관


"저의 가계를 살펴보면 모계에 한국계 인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한 깊은 슬픔은 한상 본인의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조상의 중에 백제의 자손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어 난 한국과 깊은 인연을 느낍니다."


전부 일왕이 했던 발언들이다. 일왕은 2005년 "태평양 조선인 평화탑"에 참배하기도 했으며 고구려 인이 세운 '고마 신사'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리고 여기서 고구려의 역사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전범이다. 하지만 퇴임한 일왕은 아니다. 


그는 바로 옆에서 전쟁을 봤고 그로 인한 잘못들을 알고 있었기에 '평화헌법'을 수호하고자 했고 늘 평화에 대해 논했으며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했다.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일왕의 퇴임을 다루면서 우호적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일왕을 만난 대통령들도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오히려 일본 극우들이 일왕을 "한국형님'이라며 비꼬기도 한다.


비록 우리와 관계가 나쁜 나라의 국왕이지만 그 개인은 군국주의를 기피하고 자신의 조상이 일으킨 잘못에 대해 확실히 인식하고 있으며 '정치에 일절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제약 속에서 나름 평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인물이다.

@원작자 : 오늘의 소녀

만약 아베가 총리가 퇴임할 때 사나가 '쓸쓸하다'는 표현을 했다면 이는 문제다. 아베는 '극우적' 사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며 따라서 그런 표현이 그 사상에 동조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왕은 엄연히 다르다. 


별 잘못이 없는 자기 나라의 국왕이 은퇴할 때, 쓸쓸하다고 한 표현이 이렇게 공격받을 일인지 난 모르겠다. 


무려 언론과 정치권은 일왕이 퇴임 후 한일 관계를 풀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상황인데 말이다.  


#역사의 의미와 가치.



역사가 중요한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역사를 통해 배우고 익면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더 좋은 길을 찾게 도와주는 것. 


한 마디로 역사는 이정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시 여기에서 출발한 문구다. 그런데 지금 사나를 비판하는 이들의 모습은 한 개인을 공격하기 위해 역사를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애초에 일왕은 역사관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떠날 때 한 표현이 왜 역사관과 연결되는지 의문이다. 


지금껏 아베의 폭주를 막기 위해 분투한 일왕의 퇴위가 쓸쓸하게 느껴진다면 오히려 역사관이 바르다 해야 하지 않나?


누구는 말한다. 어쨌든 그도 '일본인'이고 '조상'의 책임이 있으니 그렇게 말해선 안된다고, 모든 일본인은 다 같다고. 하지만 그건 '연좌제'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일본을 대표하기에 일본 정부의 실책 때 일본을 욕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일본인 중 역사관을 상실한 발언을 하거나 혐한을 한다면 이를 비판하는 것 역시 옳다.


하지만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그 잘못을 해결하고 사과하려는 이에게 욕하는 것은 잘못됐다.


그건 그저 역사를 누군가를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강제징용 피해자 외손녀의 글.



자신을 강제징용 피해자의 외손녀라고 밝힌 이가 글을 썼다.


그 글을 보고 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 글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첫째는 바로 이 문장이다.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일본 우익세력의 근간인 ‘연호’에 대한 사나 씨의 글은 전범국 국민으로서 일말의 죄의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참 보기 낯부끄러운 글이었다”


-일단 연호는 군국주의 상징이 아니라 왕이 통치하는 국가에서 사용하는 것이며, 일본은 군국주의 이전 고대부터 연호를 써왔다. 연호를 군국주의와 연결시키는 논리는 매우 잘못됐다.


"지난 일왕이 친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본이 이어오고 있는 군국주의적 역사를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멤버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 것."


-일본 정부가 이어가려는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이 일왕이다. 글쓴이게 사나에게 씌우는 논리는 전형적인 '연좌제'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도 조상의 잘못을 대신 져야할 책임은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요구하는 것 역시 '일본인 개인의 사과'가 아니라 '일본이라는 나라의 사과'이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에서 온 문제인 듯한다.


연호에 대해 마디를 하자면 이후 이어지는 연호인 '레이와'는 평화를 뜻하며 이를 제안한 교수는 극렬한 군국주의 반대자이다. 연호를 무턱대고 군국주의와 묶는 것은 많이 잘못됐다.


실제 할아버지가 피해자일 경우 일본에 대해 분노를 가지는 것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틀린 정보를 통해 비판하는 것은 잘못됐다. 


분노하고자 한다면, 싸우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난 사나의 잘못을 찾지 못했다.


한일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 작은 문구에도 양국 모두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이번 일은 이런 문제와 거리가 멀다. 


누군가가 예민한 발언을 한 것도 아니고, 당사자가 군국주의나 우익 인물도 아니다. 따라서 한일 간 역사문제 자체가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럴까?


사실 연예 뉴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언론, 네티즌들은 일왕에게 긍정적이다. 


오로지 연예면에서만 일왕이 군국주의자이자 일본 우경화의 대표가 되어 공격당하는 상황이다. 이걸 보면 "그저 공격하기 좋은 먹잇감이 나타나자 이것저것 끌고 와 물고 뜯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원작자 : 월아조운's

어떤 이들은 이전에 있었던 '쯔위 사건'을 논하며 "그때는 중국에게 사과해놓고 왜 지금은 안 하냐!"외친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당시 쯔위가 사과하자 한국의 반응은 "왜 죄 없는 애를 사과시키냐!" "중국 쪼잔한 놈들"이 대부분이 이었다. 그런데 이제와 그 사건을 이것과 엮다니. 


그 사건과 이 사건의 공통점이 있다면 쯔위나 사나나 문제 될 일이 아닌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뿐이다.


난 사나를 공격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역사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이는 역사를 잊은 것보다 더 큰 잘못이다. 


역사는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이정표이자 교과서이지 누군가를 찌르기 위해 만들어진 칼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들이 미움받는 사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