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이념이 만드는 선민의식.
"국민들이 몰라서 그런 겁니다."
"국민들이 깨어있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합니다."
정치 지도자들이나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입에 담는 말들이다.
그 사람의 성향이 극단적일수록, 자신이 믿는 이념이 확고할수록 이런 성향은 더욱 강해진다. 이런 위험한 발언은 본인이 옳다는 강한 확신과 본인이 믿는 이념에 대한 열렬한 추종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내가 믿는 이념이 이렇게 올바른데 왜 지지받지 못하지? 그래, 이건 분명 다른 사람들이 아직 배움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배우면 분명 이 이념을 지지할 거야."
간단히 말해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사회 지도자가 되거나 어느 단체의 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성향은 독선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며 대중을 내려다보고 '자신만이 선택받았다'는 선민사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선민사상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도자가 제일 경계해야 하는 것 중 하나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이념을 존중한다.
그렇기에 생각이 다르고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무시하고 깔봐서는 안된다. 나와 다르다고 틀리다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자신의 사상과 이념만 옳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상과 이념은 없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보다 세계적인 경제 이념이 된 이유는 자본주의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공산주의가 단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산주의가 틀렸는가? 그것은 아니다. 그 사상은 그 사상 자체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저런 발언의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을 평가할 객관적인 척도는 없다. 어떤 사상을 잘 모른다고 배움이 부족하다 말할 수는 없다.
배관수리공이 수학자보다 수학을 못할지언정 수학자보다 배관에 대한 지식은 훨씬 풍부하다. 그들은 각자 필요한 것을 배웠고 이를 토대로 사회에서 충분한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다. 특정 사상에 관심이 없고 모른다고 그것이 배움이 부족한 것이라 말해선 안 되는 이유다.
교육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분명 학창 시절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는 성인이 됐을 때 사상과 이념을 가지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교육이 전부는 아니다.
이후에 겪게 되는 경험이 합쳐져 한 사람의 사상과 이념을 만드는 것이다. 이념이 다르다고 배움이 부족하고 그가 배운 교육이 잘못됐다 폄하하는 것은 이들의 경험까지 무시하는 행위이다.
맨 처음 제시했던 말을 서슴없이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가?'
'다른 이들이 바보라서 당신들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당신의 사상과 철학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결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을 무시하는 이의 사상에 공감할 이는 없으니까.
배움이 부족한 국민은 없다. 국민을 잘못 이끄는 지도자가 있을 뿐이다.
대중이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당신의 주장이 전달력과 설득력이 부족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