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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구 Apr 19. 2023

내일을 잊은 누구에게

인생과 휴식



언제까지나 이어지는

오늘을 적고 있는 당신에게,

내일의 문장이 없습니다.



당신의 문장에는 평온함도 담담함 차분함도 잔잔함도 없습니다.

영영 이어지는 무엇을 적고 있습니다. 무엇은 너무나 공허해서 채 형성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립니다.

당신은 적요한 우물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깊숙한 곳에서 길어 올린 그것을, 표정 없는 얼굴에서 뚝-뚝- 떨어뜨립니다. 그 소리만은 형성되어 펜촉으로 흘러나옵니다. 그리곤 당신은 오늘을 적어 내려갑니다.

그러나 곧바로, 공허 위에 적힌 적적함과 고요함은 사라집니다.

언제까지나 이어지지만, 영영 사라지는 문장을 적어 내려갑니다.

깊은 적요를 가진 가여운 너를,

나는 그저 응시할 수밖에.


나의 적요함을 부쳐 보내드립니다.

찬찬히 풀어내어, 모든 고요한 것 잔잔한 것에 질식되어 주세요.



바라는 만큼 천천히 질식되어도 좋습니다.

버티다 버티다 내일의 문장을 마침내 쓰는 누구에게,




영국 런던에서의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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