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이방인이 되는 법

여행하는 방법

by 정주구



익숙한 타인과 익숙한 나로부터
벗어나서 낯선 내가 되는 것


명료한 '순간'을,
당신은 여행해 본 적이 있나요?



리스본의 초록


완전히 낯선 스스로를 대면하는 것.

오직 여행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어쩌면 우리는 여행만이 주는 상실을 겪기 위해 떠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거대한 상실에 속하기 위해선 몇 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한 가지라도 결핍된다면, 그 순간은 없다. 가장 중요한 요건은, 혼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완벽한 외지인이어야 한다. 나의 이름과 국적과 특성과 과거 따위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외지인이어야 한다. 여행 파트너가 있다면 잠시 각자의 시간을 보내도록 해보자. 제 각기 겪은 상실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더욱 풍부한 여행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익숙한 것의 바깥에 있어야 한다. 익숙한 숙소, 익숙한 옷, 익숙한 노래, 익숙한 연락, 또 익숙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완전한 상실을 겪을 수 있다. 그러려면은 어색한 옷을 입고, 처음 듣는 노래(내가 고른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정리해 둔 플레이리스트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와 함께, 모든 연락들은 잠시 주머니에 넣어둬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그저 발걸음의 속도에 맞춰 상실되는 풍경을 음미하면 된다. 이왕이면 지도도 내려놓고 발길 닿는 대로 가보시길.

익숙한 타인과 익숙한 나로부터 벗어나서 낯선 내가 되는 것. 여행이 나에게 줄 수 있는 특권을 최대한 누려보자. 그런 상실의 순간을 경험했었는지, 아닌지 의심하지 마시라. 정말로 경험했다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어떤 아득한 순간이 떠오를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명료해지는 순간을, 자기 자신만은 분명히 안다.




명료한 '순간'을, 당신은 여행해 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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