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의 아이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놀이터는 꼬맹이가 아끼는 곳이 되어간다

by 주하

이사 다음날에는 늦잠을 자게 마련이다. 11개월 꼬맹이는 끌 수 없는 귀여운 알람이다. 꼬물꼬물 움직임으로 엄마 아빠의 하루를 깨운다. 노동의 흔적이 온몸 구석구석 살아나며 아침이 일어난다. 주방의 조리도구와 식기류의 엉성한 자리는 한 동안 동네 맛집 탐방으로 이어진다. 가까운 상가 밥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간만에 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단지네 산책을 나선다.


푸른 하늘이 가깝게 떠 있는 토요일 낮이다. 한 주의 찌든 일상을 덜어내기에 좋은 때이다. 새 아파트의 공원 같은 싱그러운 초록 정원에 맑은 활기참이 가득하다. 이 곳에 마음을 오롯이 빼앗긴 이유이기도 하다. 단지안 정원으로 향하는 이어진 길들, 아이들이 올라가기 좋아하는 조각상이 지키고 있는 부드러운 풀밭, 투명하게 내뿜는 청량한 연못, 왕자님과 공주님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온기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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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하고 사라지는 킥보드를 바라보며 꼬맹이도 팔을 흔들어 대며 경쾌함을 표현한다. 유모 차속에 있을지라도 아이는 아이를 좋아한다. 신나게 뛰어노는 언니, 오빠들을 바라보며 덩달아 흥이 오른다. 늦여름의 햇살 속에 순수한 웃음들이 녹아든다.



유년시절 놀이터는 내가 아끼는 것들 중 하나였다. 동네 친구들과 모이면 놀이터로 향했다. 더 높이 가면 하늘을 손에 잡을 수 있을 것 같던 그네 타기, 다양한 것들을 창조하고 붕괴하며 가르던 모래놀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며 용기를 시험하던 점프놀이, 세상끝까지 빙빙 돌던 뱅뱅이, 비 오는 날 고인 웅덩이와 놀이기구들을 오가며 스릴 넘치던 술래잡기까지, 작지만 반짝이는 순간들이 가득하다.


내게 놀이터가 부재하는 어린 추억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세상이 변해간다. 놀이터의 모래들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놀이터의 아이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더 이상 그곳에는 모래들도 아이들도 흔적 없다. 잡으면 부서질 것 같은 메마르고 황량한 공기만을 소유하고 있다. 해가 갈 수 록 존재의 체온을 잃어가고 기온을 잃어간다. 속초로 이사 오기 전 수도권의 눈에 들어오던 놀이터들의 모습이다.



처음에는 주말이어서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띄나 했다. 평일에도 산책할 때마다 놀이터에 자주 보이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놓인다. 미세먼지에 보다 자유로워서인지, 교육기관 다양성의 부재 때문인지, 자유롭게 방목해서 기르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마음 때문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놀이터에 가도 같이 놀 친구가 없어, 학원 가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그래서 학원에 보내"

지인의 푸념 섞인 이야기를 들을 때,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다만 내 아이의 어린 추억에 학원보다 자연과 가까운 활기가 자리하면 좋겠다고 어렴풋이 그려보았다.


속초에 이사 오고 놀이터는 꼬맹이가 아끼는 곳이 되어간다. 남색 긴 장화에 푸른 하늘색 멋진 망토를 걸치며 언제나 입구를 든든히 지키고 있는 어린 왕자는 그녀의 처음 동네 친구가 되었다. 산책 중에 그냥 지나칠 때면 "잉~~ 잉~~"하고 눈물 마른 울음을 통곡한다. 동갑 친구들, 동네 언니 오빠들에게 외계어로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볼 때면


속초라는 이름이 살결에 가까이 다가온다.

속초의 다정한 대화가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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