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책 맥

by 주하

지난 목요일 첫째 꼬맹이 어린이집 끝나고 오후에 바닷가 피크닉을 다녀왔다. 7월부터 남편이 육아 퇴사 중이라 주말에 갈 이유가 없었다. 평일의 일상을 더 즐기게 되었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았는데 주차장에는 이미 차들이 가득 차있었다. '역시 고성, 속초는 관광지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주차비와 그늘막 치는 비용 1만 원을 내고 바다 피크닉을 시작했다.


이날 파도가 어마어마했다. 처음 목적지는 고성 아야진 해변이었는데 왠걸, 도착해서 내다보니 파도가 굶주린 사자처럼 해변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물론 사람도 볼 수 없었다. 바로 목적지를 모래사장이 넓은 삼포해변으로 틀었다. 역시나 큰 파도에도 즐기는 사람들을 꽤 볼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바닷가 앞쪽에 그늘막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아본다.



4살 꼬맹이와 아빠가 파도를 즐기러 간 사이, 텐트 안에는 6개월 꼬맹이와 단 둘 뿐. 이때다 싶어 보냉백에 담아온 시원한 맥주 한 캔 꺼내고 가져온 책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읽는다. 바람 때문인지 지나가고 있는 여름 때문인지 오후의 시간은 시원한 맥주처럼 상쾌하다. 탁 트이는 하늘과 맞닿아있는 푸른 바다, 춤추고 있는 파도를 바라보며, 청량한 맥주 한 모금 목구멍을 넘기며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있으니 작은 행복이 손 끝에 다가와 간질거리는 기분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맥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바다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바다에서 책맥 하는 것을 좋아한다. 서울에 살 때는 관자 소고기 버섯 삼합만이 내가 좋아하는 삼합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속초에 살고 보니 바다 책 맥 삼합에 더 끌리고 있다(물론 관자 삼합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나중에 분명 '이때가 좋았지' 하고 돌아볼 것 같은 순간이 또 쌓인다. 기쁨을 느끼는데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속초에 살면서부터 느끼고 있다. 11600원(1만 원 해변 입장료, 1600원 캔 맥주, 책은 도서관)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이 날 하루가 즐거웠으니 꽤 괜찮은 것 아닐까요?


며칠 전 나 혼자 산다에 나오는 출연자가 하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십여 년 동안 오래도록 일기를 써왔고 그날도 일기를 쓰며 하루를 돌이켜 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울먹이며 바쁘게 지내는 요즘 '사소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다고. 그래서 너무 아쉽다며 소리 내지 않고 눈물을 삼키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뭉클했다. '왜 뭉클한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소한 것에도 좋아하고, 사소한 것의 부재에도 마음이 울컥 일 수 있는 그의 '감동' 때문이었다. 그의 마음에는 살아있는 감동이 있다. 그 감동이 사소한 것에서 전해지는 것이라는 게 느껴지니, 사소한 것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뭉클함이란 뜻밖에 단순하답니다. 한 번 더 말하죠. 뭉클함이란 건 단순합니다.


<뭉클>의 저자는 이야기한다. 뭉클함이란 단순하다고.

크고 위대한 것보다, 사소하고 단순한 것에 뭉클하는 사람이고 싶다. 오늘 만나는 '일상'도 결국 크고 위대한 것들 보다는, 사소하고 단순한 것들로 채워지니까. 바다 책 맥 삼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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