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입체적으로 사랑하는 방법
우리 다섯 가족의 단톡방에는
아빠를 주제로 한 '짤'이 자주 올라온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부모를 무언가 대단한 능력을 갖춘,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어른으로 인식하던 것에서 너무도 인간적인, 연약하면서도 친근한 대상으로 통합해 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이 올리는 우스꽝스러운 짤 속의 아빠의 모습이 나는 재밌고 좋다.
피곤해서 졸고 있는 모습, 참지 못하고 짜증 내던 순간, 세상에서 젤 못생긴 얼굴이 된 표정, 아빠답지 않은 감성이 담기는 순간 등을 포착할 때면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한다. 사진에 담긴 아빠는 편집을 통해 더 웃긴 모습이 되어 단톡방에 올려지거나, 대화 속에서 아빠의 대사가 무한반복 인용되면서 더욱 공고한 캐릭터를 구축해 간다.
아이들의 표현에 의하면 아빠는 감정표현은 좀 모자라지만 착한 사람, 엄마를 만나 구원받은 모태솔로, 투덜대면서 결국 다 해주고 마는 츤데레 란다. 그러면서 엄마의 절대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는 아빠가 아이들 눈에는 별나면서도 재밌는 캐릭터로 보이는가 보다. 그런 재미와 아이러니가 있는 아빠의 모습을 아이들은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해가며 점점 입체감 있게 새겨가는 것 같다.
내 어린 시절의 아빠는 늘 무섭고 근엄했다
커가면서 발견하는 아빠의 다양한 면면을 보며 부모에게 느끼는 실망감, 이해되지 않는 감정들을 인간에 대한 통합된 이해 안에서 해소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런 이야기를 가족이 나누며 함께 해소할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 시절엔 아빠도, 엄마도, 우리도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부모에게 느끼는 다양한 면면과 그에 따른 감정을 해소하도록 열어두는 걸 좋아한다. 부모를 사랑하면서도 부모의 모순된 모습과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면 혼란을 느낄 수 있는 시기에 혼란을 표현하고 해소하며 통합해가도록 돕고 싶다. 아이들의 표현 속에 담긴 우리 부부의 모습을 확인하는 건 놀랍고 부끄럽지만 즐겁기도 하다. 그렇게 서로를 비추며 빚어가는 게 가족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