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7일
다음 날 이론교육에 대한 테스트를 통과하고 교육받은 대로 바다에 처음 입수를 했다. 아직까지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하다. 살짝 차가웠던 바닷물은 물에 들어가고 몇 초 뒤에 따뜻함과 편안함이 느껴졌고 표면에서 물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는데 물속에선 여태껏 봤던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아마 화성이나 다른 행성에 가게 된다면 또 이런 신선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정말 말 그대로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은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교육은 똑같이 진행되었다. 수영장에서 받은 교육을 바다에서 똑같이 했다. 마스크 벗고 숨 참기, 마스크에 물 넣었다가 빼기 등등. 아등바등거리면서 둘째 날 교육이 끝났다.
바닷속은 어땠냐는 강사님의 질문에 “바닷물은 맛이 있어서 괜찮았어요. 많이 안 짜네요. 근데 아직 좀 무서워요.”라고 대답했다.
사진이 내 적성이라고 다시 생각했던 계기가 어드밴스드 수중사진 교육을 받으면서부터다. 육지에서 카메라만 들고 다니면 이상하게 말 걸기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들이랑 친해질 수 있었고, 주목받기 싫어하는 성격인데도 남들 앞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카메라만 있으면 밤길도 무섭지 않았고, 9월 말부터 패딩 입고 다니는 내가 추위까지 잊고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싫고 갑갑했던 바닷속이었는데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니 그 힘들었던 모든 기억을 다 잊고 사진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강사님 뒤꽁무니만 쫓아다닌다고 과정 내내 주위 풍경 한번 둘러보지 못했는데 카메라를 손에 쥐고부턴 내가 더 열정적으로 나아가서 강사님이 내 뒤를 따라오는 이상한 상황도 벌어졌다. 나중엔 같이 들어 간 일행 모두가 나한테 인생 샷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내 사진 한 장 없이 처음 본 사람들 사진만 가득했지만 난 거기서 희열과 성취감을 느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육지로 돌아가는 배에서 강사님한테 말했다. “물 밖으로 나오기 싫었어요.”
우리 이 지구에서 땅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바다가 차지하는 비율은 70%이다. 나는 여태까지 지구의 30%만 보고 여행했고, 아마 모든 여행이 끝날 시점엔 지구를 다 봤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강사님이 “이제 지구의 100%를 볼 수 있겠네요.”라고 했을 때, 카메라를 드는 것 말고 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다는 걸 느꼈다.
해 보기 전엔 내가 그걸 좋아하는지, 무서워하는지, 싫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무섭다고 시작도 안 했으면 난 내가 물속에서 물고기 보는 걸 좋아한다는 것도 평생 몰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