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7일
어렸을 때부터 해 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따기였다. 참고로 난 수영을 못한다. 자고로 스쿠버다이빙은 물에 가라앉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럼 수영을 못해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영 못해도 상관없고 자격증도 어떻게든 딸 수는 있다. 하지만 만약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혼자서 생존하는 게 불가능하다. 내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날 구하러 와준 구조대도 같이 휩쓸릴 수 있는 게 바닷속이기 때문에 최소한 혼자서 살아남는 법은 알아야 한다. 남한테 폐 끼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물이라곤 겨우 부산 앞바다나 계곡에서 물놀이해 본 게 전부라서 바다 한가운데 들어갔을 때 내 심리 상태가 어떠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난 물 공포증이 있었다. 그거조차 모르고 시작한 거다.
4년 전 필리핀에 도착한 첫날부터 자격증을 따기 위한 이론교육을 받았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용어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죽지 않으려고 한 글자 한 글자 집중해서 들었다. 이론교육 다음은 수영장 교육인데 후기에는 수영장 교육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교육이 시작되고 왜 힘들다고 하는지 바로 이해가 됐다. 물이 내 눈, 코, 귀, 입으로 들어오는 기분이 정말 별로였고 물이 날 압박 해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그 갑갑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너무 무서웠다. 물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고 여기가 수영장이 아니라 바다였다면 난 죽었겠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내가 계속 통과를 못해서 나랑 같이 훈련받던 남자분의 교육도 점점 늦어졌다.
결국엔 “저 도저히 못하겠어요. 환불 안 받아도 괜찮으니까 저 여기서 그만해도 되나요?”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스파르타 강사님은 “어제 14살짜리 꼬맹이도 다 한 건데 진짜 포기할 거예요? 여기서 포기하시면 저도 안 할래요. 그럼 나머지 교육생도 같이 교육 못 받아요. 이거 다 끝나고 바다 들어가면 너무 별거 아니라서 왜 포기할까 했었나 생각 들 거예요.” 그래서 다시 했다. 이 악물고. 피해 주진 말아야지.
눈앞에 벌레가 둥둥 떠 있는 수영장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물속에서 눈도 뜨고 호흡기 없이 숨 참기도 하고, 몇 가지 테스트가 있는데 아슬아슬하게 다 통과했다. 근데 난 왜 바다 가는 게 더 무섭지. 실전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앞이 막막하고 꼭 죽을 것만 같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만하고 싶고 빨리 따 버리고 이제 다시는 물에 안 들어가고 싶었다. 입으로만 숨 쉬니까 머리도 아팠고 그날 저녁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