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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ㅅㅇ Oct 26. 2021

창조 전에 있었던 일

창세기 1장 2절

마주한 말씀


창세기 1:2

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마주한 생각들


창세기 1장 1절에서 하나님은 천지 창조를 선언하셨다. 그리고 이어 나온 2절에서는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기 전의 상태를 엿볼 수 있다. 태초, 태초 이전의 상태는 어떠했을까? 


2절은 '땅'으로 시작한다. 땅은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땅이며, 동시에 지구다. 그래서 현대인의 성경에서는 이를 '지구'라고 번역한 것일까? 중요한 것은 태초 이전, 적어도 태초의 상태에서 땅은 불완전해보인다. 하나님께는 땅이라는 개념이 필요없다. 존재 자체가 불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다르다. 땅은 우리의 기반이며, 터전이다. 구약 전반에 걸쳐 흐르는 땅에 대한 언약과 역사를 보면 태초 이전, 태초의 상태에서 조차 '땅'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아닐까? 하나님께 불필요하지만 우리에게는 절대적인 땅에 대한 강조를, 하나님은 창조 역사의 시작에 기록하게 하셨다. 그저 그 상태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배려하신 것이다. 


그 상태는 '혼돈', '공허', '흑암'이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들의 나열이다. 그러나 확실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흑암이다. 그 상태는 우리가 볼 수 없다. 그야말로 흑암, 암흑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그 상태를 혼돈과 공허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무질서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 그리고 칠흙 같이 어두운 상태 말이다. 그 상태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두렵다. 그런데 정말 두려운 것은 그 상태에 우리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혼돈과 공허와 흑암의 상태에 하나님이 계셨다. 하나님께는 태초 이전, 태초의 상태가 전혀 불편하거나 두렵거나 무의미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그 상태에서 운행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신'은 하나님의 바람, 하나님의 숨결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또한 '운행하시니라'는 알을 품다, 새끼들 위에서 날개짓을 하다, 부드럽게 활공하다 등의 뜻을 내포한다. 그저 관리하고 관찰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관심이 바로 태초 이전, 태초의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숨결이 닿고, 시선이 머문 그 태초, 태초 이전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창조 계획을, 아니 창조에 대한 고심을 엿볼 수 있다. 집중해야 할 것은 태초 이전, 태초의 상태가 아니다. 하나님은 그 상태에서도 창조를 구상하셨고, 고심하시며 계획하셨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 지식을 넘어선 시간과 공간 속에서 하나님은 계획하셨을 것이다. 창조의 첫 마디를 선포하기 전까지 말이다. 


마주한 결단


하나님의 창조 계획은 우리의 시간과 지혜로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 크고 위대한 청사진에 나를 존재하게 하시고, 동역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나에게 의미 없는 시간이라도, 행동이라도 그 안에는 하나님의 창조 계획 아래 있음을 기억하자. 

의미 없는 시간, 공간, 사건, 행동, 사람은 없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나에게 주어진 것에 성실하고 탁월하자. 

혼돈, 공허, 흑암 가운데에서도 운행하시는 하나님을 기억하자. 

나의 생각과 판단으로 그분의 생각과 계획을 단정하거나, 재단하거나, 가로막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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