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ㅇㅅㅅㅇ Jan 27. 2022

주저해도 주저앉지는 말기

주저하며 걷는 길 

오늘도 걸으며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에어팟 때문일까 작게 말해도 내 이야기가 들린다. 작은 나의 이야기에 내가 귀 기울였다. 오늘은 더 큰 반경으로 걷고 싶었다. 그리고 아직 가보지 않은 길들을 따라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걸으면서 유혹에 빠지는 순간들이 있다. 걷기를 멈추고 싶은 순간이다. 그것은 맘스터치를 지날 때다. 유독 맘스터치 휠렛버거에 진심인 편이다. 군대 가기 전에 파파이스에서 아르바이트했던 경험 때문일까? 닭가슴살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그 마요네즈, 연유 소스의 매력 때문일까? 가끔씩 생각나고 매장을 지날 때면 꼭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참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들어가서 휠렛버거를 먹으려 글을 쓸 날도 있으리라. 


다음 날을 기약하며 다시 계획한 길을 따라 걸었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어색했다. 그럼에도 대충 위치는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함은 없었다. 계획한 대로 걷기만 한다면 다시 원위치하는 코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까 주변을 살피기에 바빴다. 골목마다 다양한 건물들, 가게들,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리번두리번거리며 걷다 보니 정작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나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확신하기보다는 주저하기 마련이다. 주저하는 것은 두려움과 불안 때문이다. 그리고 확신 없을 때의 행동일 것이다. 그렇다고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은 무모하다. 그 중간 지대가 주저함이 아닐까? 요즘 나는 주저하고 있다. 주저함에 대해 고민하면 할 수록 확신한 것이 있다. 바로 주저한다는 것은 무언가 변화하고 있다는 거다. 주저한다는 것은 무언가 결단해야 한다는 거다. 주저한다는 것은 무언가 시작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난 주저하고 있다. 그 주저함 속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왜 그럴까?


걸으며 주저하는 나를 발견했다. 주저하고 또 주저하는 나를 직면한 것이다.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도 어느 정도 확실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한 걸을 떼기가 쉽지 않다. 주저하는 나는 오늘도 그저 산책을 할 뿐이다. 가장 큰 두려움은 경제적인 것이다. 주저하는 첫 번째 이유다.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가난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계속 마음은 뜨거워지고, 시작해야 하며, 결단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주저한다. 


여전히 결론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계산하면 답이 없다. 그래서일까 그냥 주저앉아도 괜찮다는 마음도 든다. 그냥 그대로 있어도 꽤 괜찮은 삶이고, 그게 지금 주어진 최선의 답이라는 마음이다. 사실 그래도 문제는 없다. 겉으로는 티 나지 않는다. 그러나 결정적인 내면은 아니다. 안에서는 지금의 생각과 뜻을 굽혀야 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주저앉아서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다. 


주저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그것은 주저함이 아니라 포기가 되어버린다. 말 그대로 주저하다 주저 않는 꼴이다. 결단코 그러지는 말자. 주저하는 시간을 더 치열하게 생각하고 준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 마치 토기장이가 도자기를 빚으며 몇 번이고 다시 뭉쳤다 빚었다 하는 것처럼, 조각가가 처음 정을 대기 전에 이리저리 둘러보고 고심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도 걷고 있는 것처럼. 주저하면서도 인생을 걸어보자. 혹시 잘못 들어선 길이면 조금 돌아가면 되고, 되돌아가면 되니까. 

이전 07화 나의 존재, 인생으로 살아낼 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