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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ㅅㅇ Jan 26. 2022

나의 존재, 인생으로 살아낼 용기

대치동, 입시의 메카를 걸으며 든 생각들

추웠던 겨울이 누그러들어서 그런지 제법 걸을 만했다. 이렇게 걸은지도 시간이 제법 지나서 이제 걷는 것보다 주변을 살피는 것이 익숙해졌다. 저마다의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떤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갈까? 궁금하면서도 귀찮았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나'였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먼저 환경에 관한 거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냥 걷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소리가 아닌 시각적인 이야기들이다. 수많은 간판들, 광고들이 말을 걸어왔고, 때론 무시하고 했지만, 귀 기울이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학원들이었다. 지난번에도 적었지만, 학원들이 의외로 세분화되어 있었고, 학원가라 그런지 유흥시설이 없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카페보다는 스터디 카페, 비싼 음식점보다는 깔끔하지만 보편적인 음식점이 즐비해 있었다. 학원가들은 생각보다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치열하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자신의 생각과 철학이 아닌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건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를 건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큼 치열하고 처절한 건 아닐까? 학원 교사라는 이름으로 이토록 치열해야 할 이유는 무얼까? 그만큼 지금의 입시가 치열한 걸까? 그 치열함이 불편했다. 대학을 가는 일이 이토록 생존과 관련되어야 하는 걸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이름을 걸고, 생존해야 하는 사교육이 입시라는 제도를 치열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치열한 생존의 목적이 입시를 돕는 것이 아닌, 돈이 목적인 것은 아닐까? 결국 돈 그렇다면 사교육이라는 경제활동이 입시 제도를 돈에 좌지우지되게 만든 것은 아닐까? 돈을 포장하고 있는 생존, 그리고 생존을 부추기는 치열함은 지금의 입시 제도보다 더 치열하고, 자본주의적일 것이다. 너무 비판적인가? 그저 그 길을 걸으며 그 환경 속에서 느낀 것이다. 이렇듯 주어진 환경에서 나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었고, 그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 누군가는 반대로 위기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라는 해석자는 치열함에 숨어있는 경제가 보이는 것은 왜일까?


다음은 생각에 관한 거다. 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생각한 것을 말 또는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음식을 먹을 때 맛을 표현하는 것이라든지, 어떤 상황이나 미디어에 대해 재해석한다든지 말이다. 내 머릿속에는 늘 수많은 생각들이 우주처럼 확장된다. 그래서 허황된 생각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그런 생각은 날 늘 설레게 했다. 일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되고, 융합되어서 새로운 생각으로 연결된다. 그럴 때는 정말 신이 나서 일한다.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교차되고 연결되고 꾀어지는 것 같은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새롭지 않지만 새로운 생각들이 일에 변화를 주고, 방식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하기도 했다. 창의적인 일들은 늘 그렇게 일어났다. 문제는 생각보다 생각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행동이 느리다. 나에게 주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빠른 편이다. 그런데 정작 나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내 일, 사역, 비전에 관해서는 생각보다 수동적이다. 그래서 늘 내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사는 느낌이다. 


이젠 내가 꿈꾸고 생각한 바대로 살고 싶다. 그래서일까 이름 걸고 하는 사교육 강사들이 부럽기도 했다. 적어도 그들은 나처럼 남의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자신의 존재를 걸고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들이 가지고 있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치열함을 숨기기 위해 더 비판적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 반성해본다. 생각을 나의 존재, 인생으로 살아낼 용기가 필요하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존재됨을 목적으로 한 인생을 살아낼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무엇인지 묻고 새기고 살아낼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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