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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가림

#2 아빠가 자라는 오늘들 - 15

by ㅇㅅㅅㅇ

시아가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한없이 순할 줄 알았는데, 그건 초보 아빠의 착각이었다. 낯선 사람들에게 안길 때면 표정이 변하고, 울먹울먹거린다. 심할 때는 울기도 했다. 시아는 얼굴 인식 능력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낯을 인식하기 위해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럴 때면 오히려 사람들이 민망해하기도 했다.

낯을 가리면서 가장 기분 좋은 변화는 아빠인 나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시아는 늘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환하게 웃어주었다. 반짝반짝거린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딸바보', '도치 대디'다.



시아의 환영


출근길에도 일어나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고 안아달라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내 품에서 연실 신나게 놀았다. 버둥버둥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퇴근길 문 여는 소리에도 고개를 돌리고 "으갸, 꺄" 소리를 내며 반겨주었다. 그리고 나와 마주한 순간 방끗 웃어주었다. 평생 어디서도 받아보지 못한 격렬한 환영이다.



햇살처럼, 꽃처럼


어느샌가 우리 집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아로 인해 집 분위기가 밝아졌다. 햇살보다 더 밝고, 따뜻해졌다. 시아로 인해 웃음꽃이 피고 싱그러워졌다. 향기롭다. 시아로 인해 행복하다. 가족 모두가 행복해졌다.


'시아야, 햇살처럼 꽃처럼 우리에게 와 주어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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