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아가 자라는 오늘들 - 10
어느 날이었다. 어느 순간 자라 있었다. 늘 기대하지 못한 순간 시아는 성장해 있었다. 어느 날 시아는 뒤집기 시작했고 기어 다녔다. 그리고 혼자 일어섰다. 성장은 순간이었다. 성장하는 순간부터 시아는 달라졌다. 그 순간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성장은 점진적인 것 같지만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시아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듯했다.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러나 시아에게는 말 그대로 천지개벽이었다.
뒤집기 - 세상을 뒤집다.
언제부터인지 시아는 다리를 돌려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뒤집기를 시작하나 보다 했다. 그리고 수차례 시도하다가 결국 뒤집었다. 시아는 온 힘을 다했다. 그래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심하게 버둥거리기도 했다. 땀이 흥건해질 정도로 말이다. 시아는 뒤집은 다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멀뚱멀뚱 세상을 구경했다. 신기한 듯 두리번거렸다.
생각해보면 시아가 마주한 세상은 늘 뒤죽박죽이었을 것이다. 누운 자세에서의 시선은 어디가 위인지 아래인지, 앞인지 뒨지 분간하기 어려웠을 테니까. 뒤집기를 한 순간 달라진 것은 바로 시아의 시선이다. 가깝고 먼 것을, 위와 아래를, 좌우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방향이라는 것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뒤집고 난 시아의 표정이었다. 소리를 지르고 땀이 나면서도 뒤집기에 성공한 후에는 무언가 기뻐 보였다. 그야말로 성취의 미소였다. 스스로 시도해서 성공한 그 만족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기쁨일 것이다. 시아에게 뒤집기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면 시아에게 뒤집기는 세상을 뒤집는 일일 것이다. 시아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세상이 뒤집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시아에게는 그렇다. 시아의 세상은 뒤집혔다. 뒤집기는 시아의 세상을 뒤집는 것 같은 성장의 순간이다.
기어 다니기 - 세상을 탐험하다.
시아가 뒤집기를 한 순간부터 기는 것을 연습했다. 기어 다닐 준비를 한 것이다. 처음에는 다리만 버둥거렸다. 그러다가 차츰 시아는 엎드려뻗치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엉덩이를 하늘로 향한 엎드려뻗치는 자세랄까? 도통 알 수 없는 자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시아는 배밀이를 시작했다. 배밀이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시아가 좋아하는 리모컨을 발견하면 직진 시아로 돌변했다. 아빠인 내가 오라고 해도 오지 않는 시아인데, 리모컨은 멀리 숨겨놓아도 발견 즉시 획득하려고 기어갔다. 그래서 가끔 리모컨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 배밀이는 무릎으로 기어 다니는 자세로 바뀌었다. 그리고 시아는 이제 일어설 준비를 했다. 기어서 의자, 선반, 소파에 가서 사물을 붙잡고 일어선다. 처음에는 일어서는 법은 아는데 앉는 법을 몰라 앉게 해달라 찡얼 대기도 했다. 그리고 시아는 혼자 앉으려고 애쓰다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그때 표정은 정말 있는 힘껏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서서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시아의 세상은 또 변했다. 시아는 세상을 탐험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자신의 자리를 박차고 가보지 못한 세상을 향해 가는 탐험 말이다. 시아에게 보이기만 했던 세상은 만질 수 있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야무지게 돌아다니며 탐험한다. 기어 다니기는 세상을 탐험하는 탐험가로 성장의 순간이다.
성장의 신비
부모로서 자녀의 성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듯 보이나 때론 성장의 순간을 놓치기도 한다. 늘 뜻밖의 순간, 신비롭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가 그 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아기가 성장하는 중요한 순간들은 인생에서 한 번 뿐이기에 그렇다.
시아가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모른다. 그리고 그 성장의 신비로운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시아는 오늘도 자랄 것이다. 그 신비로운 성장은 시아를 더욱 시아답게 자라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곁에서 늘 응원하며, 함께 웃고, 때론 울고 그렇게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