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영유아 검진

#1 시아가 자라는 오늘들 - 09

by ㅇㅅㅅㅇ

영유아 검진 날짜가 다가왔다. 영유아 검진은 쉬울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영유아 검진 전날, 아내는 출장을 가야 했고, 어머니마저도 검진 날 여행 계획이 있으셨기 때문이다. 남겨진 나는 오롯이 육아를 전담해야 했다. 심지어 1박 2일이다. 과연 이 난관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엄마 없이 시아를 재울 수 있을까? 영유아 검진을 홀로 잘 받을 수 있을까? 머리 속이 복잡했지만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시아와의 1박 2일


시아와의 1박 2일 여정은 여지없이 다가왔다. 아내는 이미 출장 중이고, 어머니도 내일 여행을 위해 집으로 가셨다. 시아랑 나랑 단 둘 뿐이다. 행복하면서도 두려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시아는 저녁까지 잘 놀다가 졸리기 시작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을 달래다가 아내 사진을 보여주자 신기하게도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옹알이를 하며 손을 뻗어 사진을 만졌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아를 재우려 뉘었더니 또 울기 시작했다. 세상 서럽게 울었다. 하는 수없이 아내에게 화상 통화를 걸었다. 시아는 엄마 얼굴을 보자 울음을 그쳤다. 이러기를 3번 전도 반복하고 나서야 시아는 잠을 잤다.

엄마를 알아보는 시아가 신기하면서도, 아빠를 못 알아보는 시아가 괘씸했다. 역시 엄마는 넘사벽인가. 그래도 재울 수 있음에 감사했다. 새벽에 몇 차례 뒤척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시아는 잘 잤다. 아침에 일어난 시아는 해맑게 웃어주었다. 이제야 아빠를 알아보는 것 같다. 밤새 잠 못 자 쌓인 피곤이 사르르 녹았다. 그 미소만으로 충분했다.

'그래 시아야. 네가 좋으니 아빠도 좋다.'




나 홀로 병원 가기


영유아 검진을 위해 나는 분주했다. 분유 240m 팩, 빈 젖병, 뜨거운 물 담긴 보온병, 쪽쪽이, 물병 등 챙길 게 많았다. 육아 짐들을 가방에 담았다. 그리고 시아를 안고 나갈 준비를 했다. 시아를 안고 당당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한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리고 시아를 잠시 뉘어놓고 검진에 필요한 문항을 체크했다. 사아를 관찰하면 쉽게 체크 가능한 문항들이었다. 그리고 시아의 몸무게와 키를 체크하고 검진을 기다렸다. 앞서 검진받는 가정이 보였다. 약속한 시간은 5분 이상 지나있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대기하는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아이에 집중하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니 고생해서 예약한 보람을 느꼈다.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우리 시아도 그렇게 세심하게 관찰하고 검진해주실 것 같아 안도했다.



드디어 시작된 영유아 검진


드디어 검진이 시작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인자하게 시아를 대하셨다. 그리고 유심하고도 면밀히 시아를 관찰했다. 시아는 조용했다. 상황이 어색했는지 모른다. 의사 선생님은 장난감 하나를 들고 시선을 끌었다. 시아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소리를 내는 장난감 하나를 책상 아래 감추고 작게 소리를 냈다. 시아는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몇 번을 거듭했고 시아는 반응했다.

"청각이 우수하네요. 청각은 시각보다 장기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의사 선생님은 다른 장난감 하나를 들고 소리를 냈다. 반응을 보였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장난감을 내려놓자 그제야 손으로 잡았다. 한 번에 덥석 잡았다.

"시아가 조심성이 있어요. 그런데 아기가 당차네요."
시아는 장난감을 가지고 책상에 두드리고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 쥐며 놀았다. 의사 선생님은 장난감을 달라고 했다. 주지 않자 의사 선생님은 장난감을 뺏어갔다. 그러자 시아는 옹알이를 하며 책상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장난감을 주자 옹알이를 멈추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은 시아에게 다른 장난감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시아는 새로운 장난감을 집는가 싶더니 원래 장난감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아가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호불호가 확실하네요. 인지발달이 양호해요. 잘 자라고 있어요."

그리고는 아빠 혼자 온 이유를 물으셨다. 나는 주저리주저리 설명했다. 그러자 엄마와 분리되어도 정서적으로도 안정적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신체 발달 상태도 양호하다시며, 부모가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다고 칭찬해주셨다. 총평하면, 6개월 된 시아는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시아는 잘 자라고 있다


30분이 넘는 검진이었다. 노련하면서도 세밀했다. 발달상 부족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점이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강조하지 않으셨다. 뭐랄까. 시아의 좋은 점, 가능성을 더 강점으로 부각하여주셨다. 감정적으로 부모를 위안시키기보다, 시아의 행동에 대해 전문가적인 안목으로 조언해주셨다.

의사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질문할 것이 있냐고 물으셨다. 책을 좋아한다고 하니 4~5세가량 되는 문장 구성이 된 책을 추천해주셨다. 주어와 서술어가 있는 책들 말이다. 시아가 아직은 알아듣지 못해도 지속적으로 문장을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감사합니다."

나는 의사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병원을 나왔다. 세상 뿌듯했다. 무엇보다 시아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그동안 시아를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웠다. 앞으로도 시아는 시아답게 시아의 성장리듬으로 잘 자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시아와 같이 성장할 것이다. 좋은 아빠로 말이다. 집에가며 시아에게 속삭였다.


"시아야 고마워. 시아가 잘 자라고 있어서 아빠가 너무 기뻐. 사랑해 시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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