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빠가 자라는 오늘들 - 23
모든 아기는 신비롭게 자란다. 그 신비로운 성장은 어떤 풍경보다 아름답다. 그중 가장 신비로운 시간은 바로 생후 일 년일 것이다. 그 시기 아기는 성장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 그야말로 폭풍 성장한다. 푹풍 성장하면서 아기들은 비슷한 발달과업을 지난다. 그래서인지 아기들은 성장발달 속도가 어느 정도 비슷한 듯 보인다. 그런데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다. 놀랍게도 아기는 저마다 자신만의 모습으로, 자신만의 속도로 자란다는 것이다. 아기의 성장 리듬은 저마다 고유하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아기는 고유한 리듬으로 그 아기답게 자란다.
시아 퍼즐 조각
시아도 그렇다. 시아답게 자라고 있다. 돌아보면 시아는 스스로를 표현해왔다. 늘 시아 다움을 드러냈던 것이다.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전부 보여줄 수 없다. 시아도 스스로를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시아 다움은 자연스럽고 본능적으로 드러난다. 그 고유한 리듬에 따라 퍼즐 조각처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발견하고 반응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오롯이 부모의 몫이다.
숨은 시아 퍼즐 조각 맞추기
부모로서 시아 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퍼즐 조각 하나하나를 발견하는 일과 같다. 그 신비로운 조각들은 자세히 보아야 찾을 수 있다. 세심함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퍼즐 조각들은 부모와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경험들 속에서 시아의 퍼즐 조각들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자연스러워야 시아다. 그래서 시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어떠하든지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시아는 호불호가 확실하고 상당히 주도적이다. 간식을 과자보다는 야채와 과일을 더 좋아한다.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스스로 책을 넘기고 그림을 만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사람들 속에서 심하지는 않지만 경계하고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양치질을 시킬 때 졸리면 내 손가락을 이자국이 선명하도록 문다. 내가 힘들고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시아가 옆에 와서 환하게 웃어준다. 분유나 이유식이 부족하면 예민하게 찡얼대고, 배부르면 손을 들고 신나게 흔든다. 다양하고 새로운 소리에 집중하고 그 소리에 까르르 웃기도 한다. 시아는 부모 중 누구라도 퇴근하지 않으면 늦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그게 엄마일 경우는 더 심하다. 피아노, 기타, 우쿨렐레 악기 소리를 좋아하고 노래를 들려주면 더 좋아한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시아의 다움은 나타난다. 시아 다움은 때론 내 모습이기도 하고, 아내 모습이기도 하다. 그 모습은 내가 좋아라는 모습이기도 하고, 싫어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어떠해도 그게 시아다.
그때 아내와 나는 시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편이다. 아내와 소통은 시아 퍼즐 조각을 확인하고 의미를 찾고 육아 방향을 조율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아에게도 경험과 그에 따른 시아의 행동에 대해 들려준다. 아직 시아가 다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시아와 소통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야 시아는 타인에 비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아에 대해 다 아는 척했었다. 그래야 되는 줄 알았고, 그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그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작지만 시아의 퍼즐 조각을 모으다 보면 시아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아도 스스로의 가치와 자아를 더 발견할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숨은 시아 퍼즐 조각들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