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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책 선물

#2 아빠가 자라는 오늘들- 22

by ㅇㅅㅅㅇ

책을 좋아했다. 그런데 책은 늘 짐이었다. 이사를 많이 다녔기에 그랬다. 좁은 집은 늘 책 놓을 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계속 늘어나는 책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이사할 때마다 책을 정리해서 버리거나 팔아야 했다. 첫 번째 정리했을 때, 버릴 책과 중고서적으로 팔 책을 구분했다. 그 양이 꽤 많았다. 버릴 책은 대부분 오래되었거나, 손상된 책들이다. 늘 집 베란다에 풀지도 못한 책들이었다. 정리해보니 차 트렁크에 가득 채우고, 뒷 자석에도 가득 담았다. 이 책들을 들고 고물상에 갔다. 그 책들 값은 6,000원이었다. 후하게 쳐주셨다고 했다. 허무하면서도 시원했다. 다음은 중고서적에 팔 책들을 차에 실었다. 비슷한 양이었다. 대략 3~400권가량이었다. 중고서점으로 가져가는 것도 일이었다. 그리고 중고서적들은 등급을 매겨 가격이 책정되었다. 그 금액은 대략 220,000원이었다. 그중 팔 수 없는 책들은 볼만한 책들 빼고는 다 처리를 부탁했다. 두 번째 책을 정리했을 때도 250,000원가량의 책들을 중고서점에 팔았다. 책 값은 달랐다. 책의 가치가 달랐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읽힐 책은 여전히 가치가 있었다. 반대로 누구에게도 필요 없는 책은 가치가 훨씬 적었다.


영유아 검진 이후로 책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책은 많았지만 시아가 읽을 책이 없었다. 태교를 위한 책들과 아주 단순한 그림과 글의 책들은 있었지만 시아가 두고두고 볼만한 책들이 없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시아에게 책을 선물해주기로 했다.


개똥이네 서점


때마침 어린이 날이 다가왔다. 동화책은 시아의 첫 번째 어린이날 선물로 딱이었다. 여러 책들을 살펴본 결과 '개똥이네' 중고서점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중고서점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주말에 시아와 나들이 겸 매장을 방문했다. '개똥이네'는 창고형으로 된 중고 동화책 서점이었다. 수많은 동화책들이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주인을 기다리며 책장에 진열되어 있었다. 시아에게 어울만한 동화책을 요목조목 따져보았다. 시아에게 적어도 4~5세까지 읽을 수 있는 세계 창작 동화책을 중심으로 찾았다. 유명한 출판사의 책들은 비쌌다. 그래서 그림이 다양하고 내용도 다양한 전집을 추천받았다. 많은 전집들 중에 그림도 다양하고 내용도 괜찮은 전집을 발견했다. 가격도 너무 저렴해서 미안할 정도였다. 아직 시아가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지만 꾸준히 읽어주면 좋을 책들이었다. 시아 수준에서 읽을 책들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욕심을 부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고민은 할 만큼 했다. 마음을 먹으니 주저함이 없어졌다. 구매하고는 신나서 집으로 향했다.



아빠의 책 욕심


아빠의 욕심일 런지 모른다. 시아가 책을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와 시아를 위해 책장을 비우고 구입한 동화책을 채웠다. 뿌듯했다. 그리고 시아에게 책을 골라 읽어주었다. 시아는 그림을 보며 신기해하고 반응을 보였다. 평소 시아가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시아는 책을 놀이로 인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아와 계속 책으로 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늘 책을 가까이해야 할 것이다. 시아에게 책을 읽으라는 말 대신, 함께 읽자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부모가 먼저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시아도 따라 하기 때문이다. 내 모습을 통해 시아가 책과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시아야 아빠는 그렇다. 네가 책이랑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냥 아빠는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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