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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춤을

#2 아빠가 자라는 오늘들 - 24

by ㅇㅅㅅㅇ

집에 도착하면 시아는 늘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시아 특유의 익살스러운 미소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는 두 손을 하늘로 올리며 옹알이를 했다. 손 씻을 틈을 주지 않는다. 옷 갈아입을 시간도 말이다. 재빠르게 처리하지 않으면 찡얼대다가 울음을 터트린다. 물론 연기다. 그 행동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안아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시아가 제법 무거워졌다는 것이다. 한 손으로 오래 안고 있으면 팔이 저리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묵직해졌다. 물론 목과 허리를 가눌 수 있기에 조금 편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손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가끔 시아가 온 힘 다해 나를 손으로 밀때, 떨어뜨릴 것 같은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한 손으로 충분하다.



시아 안아주기


시아를 안아줄 때면 시아의 지금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다. 시아가 아직 컨디션이 좋으면 품에서 가만있지 않는다. 손으로 내 얼굴을 만지고 꼬집고 때린다. 특히 안경을 만지고 싶어 애쓴다.

"시아야, 안경은 만지면 안 돼."

조금은 단호하게 말해보지만 잠시 주춤하더니 다시 안경을 만진다. 손놀림이 제법 빠르고 분명해졌다. 결국 안경을 벗어야 한다. 시아는 컨디션이 좋으면 나와 잠깐 놀아준다. 그러다가 눈에 보이는 다른 장난감으로 내려달라고 바둥바둥거린다. 더 이상 안아줄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러면 장난감을 가지고 잘 논다. 혼자서도 잘 논다.

시아가 피곤할 때는 품 안 행동도 달라진다. 시아는 나 어깨에 얼굴을 돌려 기댄다. 품 안에 폭 들어온다. 그때는 자장가나 동요를 들려주면 시아는 알 수 없는 옹알이를 하며 몸에 힘을 서서히 빼기 시작한다. 졸린 것이다. 이때 시아는 정말 사랑스럽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시아로 변한다. 거울로 눈을 감았는지 확인하고 가수 면상태의 시아가 깊이 잠들도록 등을 쓸어내리며 또닥여준다. 이렇게 15분~20분은 더 안아주고 조심스레 침대에 뉘인다. 그리고 더 깊이 잠들도록 옆에 누워 손을 잡아주거나 머리를 쓰담 쓰담해준다. 마지막으로 시아가 잠들면 머리에 손을 살짝 얹고 짧은 기도를 해준다. 마음으로 하는 깊은 기도를 말이다.



시아야, 아빠랑 같이 춤출래?


집에서의 모든 시간 동안 시아를 안아주지는 않는다. 나도 힘들뿐더러 시아도 원하지 않는다. 시아는 생각보다 독립적으로 움직이기를 좋아한다. 시아의 컨디션에 따라 시간도 달라진다. 잠깐일 때도 있고, 생각보다 팔이 아플 정도로 오래일 때도 있다. 그러기에 시아를 안아주는 짧은 시간은 소중하다. 시아를 안아주며 나는 한 가지 시아와 함께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시아와 춤을 추는 것이다. 물론 막춤도 괜찮지만 시아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고 추는 춤 말이다. 지금 충분히 가능했다. 그저 시아를 안아주면서 한 손을 맞잡기만 하면 된다. 나는 시아에게 물어보았다.

"시아야, 아빠랑 같이 춤출래?"

센스 있는 아내는 음악을 준비했다. 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공중 산책을 부탁했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시아와 나는 소소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는 리듬이 몸을 맡기며 리드하고, 시아는 그저 까르르 웃음 짓는다. 3/4박자에 맞춰 이리저리 움직이고 돌기만 할 뿐이다. 특별할 것 없는 춤이지만 그저 신났다. 결국 아내도 춤에 동참했다. 함께 시아를 안고 춤을 추었다. 시아를 사이에 두고 추는 우리 세 식구만의 춤을 말이다. 춤은 엉망이지만 웃음은 오랫동안 그치지 않았다.



먼 훗날에도


앞으로도 시아와 춤을 출 것이다. 시아가 아장아장 걸어 다니면 내 두 발 위에 시아 발을 얹고 춤을 추고 싶다. 엉거주춤거리고 어색해도 괜찮다. 그리고 먼 훗날 시아가 결혼할 때 나는 시아와 춤을 추고 싶다. 그때는 조금 멋스럽고 싶다. 어른이 된 시아를 존중하며 사랑과 축복을 담은 춤을 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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