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흔하디 흔하게

#2 아빠가 자라는 오늘들 - 26

by ㅇㅅㅅㅇ

언제부턴가 출근 준비를 할 때, 시아의 행동이 달라졌다. 잘 놀다가도 안아달라고 보채고, 생떼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안아주면 금세 엄마에게로 팔을 뻗고, 이러기를 수차례 반복해야 한다. 준비를 마칠 때 즈음, 시아도 아빠와 엄마를 번갈아보며 울 준비를 한다. 그리고 현관문을 닫는 순간 울음은 시작된다. 아침마다 시아는 분리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아침마다 겪는 분리


시아가 출생한 순간부터 분리는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분리는 어쩔 수 없지만 부모로서는 참 안타깝다. 그래서 요즘은 어머니가 시아를 업고 문 앞으로 나오신다. 그리고 나는 시아가 웃을 때까지 까꿍 놀이를 반복한다. 그제야 출근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하질 것이다. 나중에 어린이집 보낼 때는 더 할 것이다. 나보다 시아와의 분리에 불안한 것은 아내다. 아내는 나보다 더 분리에 대해 힘들 것 같다. 하나였던 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는 시아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때문인지 가끔 육아만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아빠보다 엄마는 분리에 대해 느끼는 질감이 다른가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시아에게 분리의 경험이 덜 부정적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분리가 불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분리, 불안에서 신뢰로


그러나 분리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신뢰'다. 시아가 어떤 상황이든 어떤 모습이든 사랑받고 있고, 내 편이라고 느낄 수 있는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는 같이 있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선으로 서로를 연결해준다. 시아에게 아직 어려운 단어다. 그러기에 더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시아에게 나는 기댈 언덕인가? 쉴만한 그늘인가? 넘지 못할 거대한 산은 아니길 바란다. 그렇다고 너무 낮은 울타리는 아니길 바란다.
시아의 마음을 알 도리가 없기에 나는 늘 표현할 뿐이다.

"아빠는, 시아를, 사랑해."
손동작과 함께 시아에게 말한다.
시아는 그 표현에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웬만해선 집중하지 않는다. 가끔 집중하면 그저 환하게 웃을 뿐이다. 괜찮다.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사랑은 무언가로 치장하지 않아도 된다. 커다란 선물이나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일상의 순간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어야 한다. 흔하디 흔한 사랑 표현이어야 한다.




흔하디 흔하게


그렇다. 사랑은 흔하디 흔하게 전해져야 한다. 충분히 차고 넘칠 때까지 그래야 한다. 그래야 깨닫는다. 그래야 마음의 그릇이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래야 넉넉하게 나눠줄 수 있다.

오늘도 시아에게 사랑을 표현할 것이다. 익숙해져도 괜찮다. 너무 흔해져서 진부해져도 괜찮다. 아끼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시간으로 미루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일상에서 그럴 것이다.


"시아야 아빠는 시아를 너무 사랑해. 그리고 시아가 우리 딸이어서 너무너무 좋아."

keyword